눈썰매·축구장 설치비등
관련예산 대부분 '가위질'
물놀이장 기사 회생 진땀
市 "추경 예산 반영 노력"


"용인시 체육행정에 날벼락이 떨어졌어요."

지난 15일 용인시의회가 내년도 시 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을 확정 짓자 정찬민 용인시장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리고 예산관련 부서장은 정 시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는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안 1조6천567억9천624만원 가운데 90억8천374만3천원을 삭감했다. 전체의 0.55%에 불과한 적은 수치다.

그런데도 정 시장이 격분한 것은 삭감된 예산 대부분이 체육행정과 관련된 예산이기 때문이다. 시의회의 예산삭감으로 정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체육관련 사업과 행사들은 줄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대표적인 것은 지난해부터 시 청사에서 열고 있는 눈썰매장 관련 예산. 집행부는 썰매장 안전구조 검토와 행사운영비·설치비 등으로 4억원을 반영해 달라고 했지만 전액 삭감됐다.

기흥축구협회장을 지낸 정 시장이 가장 애착을 보인 줌마렐라 축구단 관련예산 2억1천만원도 사라졌다. 시장이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으로 어렵게 조성한 여성축구 활성화 분위기에 찬바람이 불게 됐다.

체육동호인들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경인일보 11월 21일자 21면 보도)을 받았던 기흥레스피아 축구장 증설공사 예산 19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시청 여름물놀이장 행사관련 예산 2억5천만원도 시의회 자치행정위에서 전액 삭감됐지만 시 집행부가 떼를 쓰다시피해 예산위에서 기사회생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깎인 체육관련 예산은 무려 34억6천700만원으로, 전체 삭감액 90여억원의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또 집행부가 상정한 체육관련 예산 56억1천여만원 가운데 62%를 차지한다.

시 관계자는 "시의회가 행사비 총액 규정을 피하려 일부 시설비 등으로 상정한 것을 지적하며 체육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아쉽다"며 "추경을 통해 꼭 필요한 예산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그러나 "꼼수 예산에 갈등을 조장하는 사업예산이 포함되는 등 체육행정 전반에 문제점을 드러내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며 "추경에서 반영하고 싶으면 당위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인/홍정표기자 jp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