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치소(detention house)'란 글자 그대로 '잡아(拘) 두는(置) 곳(所)'이다. 뭘 잡아 두나? '미결자 수용시설'이라는 국어사전 뜻도 애매하다. 무슨 미결자라는 건가. '범죄 혐의자(미결수)가 머무는 곳'이 적합한 '구치소' 뜻이다. 일본에서도 '拘置所(코치쇼)'라고 하지만 중국에선 '구치소'가 아니라 '구류소(拘留所:쥐류쑤어)'라고 한다. 어쨌든 19년 만의 서울구치소 청문회가 열린다고 했지만 열리지 못했다. 1997년 4월엔 건국 이래 최대 금융부정사건이라는 한보그룹 사태의 구치소 청문회가 열려 정태수 회장 등 12명이 증인이었지만 이번엔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라는 최순실이 공황장애 심신피폐를 이유로 불출석, 구치소 개별 감방을 방문하는 감방청문회가 돼버렸다. 핵심 증인 안종범과 정호성도 마찬가지다. 알 수 없는 건 증인들이 청문회를 거부해도 강제 구속력이 없다는 그 점이다.
그런데 별나고 희한하게도 구치소 청문회가 열려봤자 말짱 헛것이다. 장님 코끼리 더듬듯 헛다리짚고 헛팔짚는 맹탕 허탕 청문회의 연속일 뿐이기 때문이다. 청문회 국회의원이 아무리 폼 잡고 표정 관리하며 어조 잡고 목청 가다듬어 망신을 주고 호통을 쳐도 '나는 모른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만난 적 없다, 본 적도 없다, 들은 바 없다'며 잡아떼면 그만이다. '순하고(順) 진실하다(實)'는 이름과는 딴판인가. 최순실은 10월말 첫 검찰 출석부터 시종일관 딱 잡아떼는 모르쇠 마녀였고 주범이 아닌 '從犯'과 '虎聲'을 연상케 하는 안종범과 정호성도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우병우를 비롯한 5차례 국회청문회 증인들 역시 하나같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다. 그럼 최순실이 허깨비나 투명인간이었나.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은 1960년대 말 김추자의 노래로 1971년 금지곡이 됐었고 요즘 청년그룹싱어 B1A4의 노래에도 '거짓말이야…'가 있지만 인간의 말이란 거짓말이 주조(主調)고 그 색조 또한 새빨간 걸 기본으로 신이 창조했다는 건가.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금년 해외 10대 뉴스로 트럼프와 영국의 EU탈퇴에 이은 3위로 '최순실'을 꼽았다. 치욕의 해가 며칠 남았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