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복지는 돈 있고 없고 상관없이
가장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
정부 부처간 업무 이기주의로
물 관리법 제정 '수년째 표류'
20대 국회에 다시 상정된 법안
반드시 처리 모두 혜택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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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계운 인천대 교수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팔당댐에 가득찬 물을 보면서 수도권 내 물 부족을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넘치는 것처럼 보이는 팔당댐의 용량은 2억 t으로, 수도권 2천500만 주민이 1개월간 사용하는 분량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비가 오지 않아도 수도권 내 물 부족이 없을까? 그것은 팔당댐 상류에 팔당댐의 30배 용량을 가진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있어서 매달 팔당댐에 필요한 용량을 보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물 공급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광역상수도의 1년 총 매출이 1조2천억원인데, 그것의 2배인 2조원이 훨씬 넘는 돈이 정수기 사용과 생수 구입에 쓰인다. 제대로 된 수돗물이 공급되고, 이를 국민들이 직접 음용한다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이렇게 낭비되는 돈의 일부만 상수도에 제대로 투자된다면 파주와 같은 스마트워터시티가 가능하며 국민들이 직접 수도꼭지에서 물을 음용할 수 있어 모든 국민에게 이른바 물 복지가 가능한데,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시화가 급증하고, 각종 개발이 활발해 지고 있다. 이 와중에 불투수층이 적어지면서 땅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빗물이 적어지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광화문이나 강남의 홍수를 가중시키며 과거에는 충분히 견디던 가뭄을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도 적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강 상류와 하류에 거주하는 국민들 간에 물을 바라보는 모습이 다르고, 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에 사는 국민들 사이에도 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이러한 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여러 형태의 물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 한탄강 상류부에 위치한 강원도와 하류에 위치한 경기도의 의견대립을 비롯하여 대구와 구미의 물 갈등, 부산과 경남, 전북의 먹는 물 공급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곳곳에서 물 공급과 사용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내년 우리나라 예산의 30% 이상이 복지 예산이라는 방송을 들었다. 여러 형태의 복지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복지는 건강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고 또한 깨끗하고 건강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관점에서 이른바 물 복지는 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 상관없이 가장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가 되어야 하고, 이를 명문화하는 법안, 즉 물 관리 기본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에 대한 공 개념이나 물 복지 개념을 제대로 확립하고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본법의 제정이 수년간 표류하고 있다. 필요성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부처 간의 이기주의 때문이란다. 우리나라보다 늦게 논의를 시작했던 일본에서는 이미 법안이 통과되어 사용되고 있다.

물에 대한 기본법이 없어 물에 대한 공개념이나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원칙이 부재한 가운데 여러 부처에 산재되어 있는 물 관리 업무를 각자의 역할에 따라 처리하다 보니 각종 물 관련 법률간 상충되는 일이 생기고, 일관성도 떨어지고 있다. 우리는 가끔 씩 부처가 다른 정부인양 오해 할 때가 있다. 우리 부의 방침이라는 용어가 난무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정부는 하나가 아닌가? 단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려다 보니 부처를 나누어 놓은 것이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부처의 이름이 바뀌고, 업무가 통합 또는 나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모든 업무를 생각할 때 내 부처의 이익만을 대변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편리하고 좋은 서비스를 할 것인지, 미래 세대에게 튼튼한 자산을 남겨줄 것인가가 판단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20대 국회에 다시 물 관리 기본법이 상정되어 있다. 이번에야말로 각자의 이기주의는 내려놓고, 물 관리 기본법을 통과시켜서 물에 대한 공개념이 확립되고, 국민 모두가 충분한 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최계운 인천대 교수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