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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와 생활고, 최순실 사태, AI(조류 인플루엔자) 사태, 독감 창궐 등 연말이 온통 어두운 뉴스뿐이다. 권력서열 1위의 실세 대통령 최순실만 공황장애와 심신피폐가 아니다. 중산층 이하 서민 모두가 그럴 게다. 그런데 왜 확산일로의 AI조차 막지 못하는 건가. 경기도만 해도 김포 평택 이천 등 85곳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2천393만 마리의 닭과 오리, 메추리를 살처분했다는 거다. 이제 묻을 곳조차 없다고 했다. 그 가금류 농민들이야 얼마나 참담하랴. 닭과 계란 품귀로 인한 치킨 가게, 빵집, 삼계탕 집 등의 고통은 또…. 지난 3월 이세돌 9단을 무참히 누른 바둑 고수는 구글의 알파고(Alphago)였다. 그 공포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도 AI라고 불렀다. 그 알파고―AI를 냉큼 불러서라도 어떻게 좀 조류독감 AI(avian influenza) 퇴치가 안 될까.

일본 아오모리(靑森) 현청에 첫 AI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달 28일 오전 8시 30분경이었다. 그러자 10시 40분 살처분 방역 요원들이 득달같이 현장으로 달려갔고 이튿날 아오모리현 전역의 방역작업과 함께 1만7천여 마리의 오리를 서둘러 처분했는가 하면 그날 밤 11시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관저에 AI정보 컨트롤타워가 설치됐다. 그만큼 위기관리에 신속하다. 그런 일본은 북쪽 아키타(秋田)현에서 도쿄 인근인 나고야(名古屋), 남쪽 끝인 가고시마(鹿兒島)까지 열도 전역에 AI가 번졌지만 102만 마리 매몰처분에 그쳤다. 우리 정부가 드디어 최후의 수단이라는 AI 백신 개발에 착수, 내년 4월쯤 접종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왜 '최후의 수단'이라고 하는가. 백신을 사용하면 인체 감염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거다.

하긴 AI 인체 감염은 무섭다. 1997년 홍콩, 2003~2006년 동남아 일대와 유럽의 아제르바이잔, 아프리카까지 번진 AI로 인한 인체 감염으로 홍콩에서 6명 등 모두 131명이 숨졌다. 이번에도 지난 18일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44세 남성 등 2명이, 홍콩에선 노인 남성 1명이 AI에 감염됐다. 일반 독감 또한 무섭다. 병원마다 독감 환자로 난리라는 거다. 작년 1월 홍콩 독감은 한 달 동안 118명이나 숨졌다. 그래저래 인생은 고해(苦海)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