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미국 프란시스코에서 한국을 찾은 호주인 A(54)씨는 인천공항에 입국하자마자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공항출입구를 나서자마자 자신을 택시기사라고 소개한 B(54)씨의 말만 믿고 목적지인 수원까지 향한 후 카드로 결제했다.

미터기 금액은 17만원. 그러나 택시기사 B씨는 카드 승인이 제대로 안 됐다며 다시 리더기에 카드결제 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카드결제를 했지만 이게 화근이었다. 얼마 후 A씨에게 날라온 카드 명세서에는 택시 요금으로 총 33만원이 청구돼 있었다. 첫 번째 결제한 카드 요금이 17만원, 두 번째 카드에서 16만원 모두 정상 처리된 것이다.

A씨는 출국 후 이런 사실을 확인한 후 이메일을 통해 경찰에 알렸고 결국 B씨는 덜미가 잡혔다.

수사결과 B씨는 미터기를 사용할 수 없는 콜밴 기사로 밝혀졌고, 미터기까지 조작해 통상 공항에서 수원까지 받는 요금(7만원)의 5배에 달하는 33만원을 받았다.

이밖에 인천공항에서 강원도 철원(133㎞)까지 정상 택시요금(17만원) 보다 5배 많은 80만원의 바가지요금을 챙긴 콜밴 기사도 이번에 함께 적발됐다. 이 기사 또한 미터기를 조작해 외국인에게 바가지요금을 받았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인천공항에 입국한 외국인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바가지요금을 받은 7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현행법상 콜밴에 미터기를 설치할 수 없음에도 미터기를 설치하면 외국인들이 정상적인 택시로 믿는 데다 국내 교통요금체계에도 어두운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적발된 B씨의 경우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카드 이중결제 방식 등으로 외국인 손님 25명에게 500만원의 부당 요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인천항 일대에서 불법 영업을 하는 콜밴·택시기사들에 대한 상시 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쉽사리 뿌리 뽑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이 지난 5월 한 달간 이들 지역에서 불법영업을 한 택시·콜밴 기사들을 특별 단속한 결과 지난해(106건)보다 175% 늘어난 292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23명은 사기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연말연시를 맞아 관광관련 불법 행위들을 특별 단속하고 있다"며 "콜밴·택시 등의 불법영업 피해를 보거나 목격한 사람들은 112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