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연된 정의 ┃박상규·박준영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336쪽, 1만5천 원
경찰은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물증이나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들을 의심했고, 별다른 근거 없이 의심을 확신으로 키웠다. 이 과정에서 수사에 대한 법과 원칙이 손쉽게 어겨졌지만, 검찰은 경찰의 위법수사를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이 세 사건의 용의자들은 무죄였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없는 죄를 시인했고, 오랜 기간 복역하다 나중에야 결백을 되찾았다. 이들의 삶을 추적하고 진실을 밝히는데 일조한 박상규 기자와 박준영 변호사는 이들에게 허위자백의 이유를 다그치는 대신, 왜 이들이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책을 통해 던지고 있다.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 전문변호사다. 2007년 발생한 수원 노숙 소녀 상해 치사사건의 진실을 밝힌 것도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화려한 결과가 이어지더라도 진실이 밝혀지기 위한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사건 발생 당시 18~20살이던 삼례 사건 용의자들은 짧게는 3년 6개월, 길게는 5년 6개월을 복역했다. 누명을 벗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7년에 달한다.
저자는 정의구현을 지연시키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안이한 인식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늘리고 있다고 말한다. 사법부는 '법의 안정성'을 이유로 형사사건의 재심에 인색하고 여론은 서민범죄의 진위 여부에 무관심하다.
책은 수사기관과 법원의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한편, 우리가 어쩌면 사회적 약자들을 차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한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