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스님
수산 광교상수원범시민대책위 상임대표·수원 대승원 주지
지난 한 해는 참으로 많은 일들로 기억될 해였습니다. 아직도 진행형인, 우리 시민의 저력을 보여준 촛불혁명은 평생 갖고 갈 가슴 벅찬 감동입니다. 이 감동의 끝에서 원칙을 지키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오늘은 외람스런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시장님을 각종 거버넌스의 구축을 통해 수원시정을 흔들림 없이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시장님으로 알고 있던 저에게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5년 11월 18일 수원시는 기자회견을 통해 비상 상수원인 광교저수지 일대와 관련한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습니다. 그것은 광교지역 자연환경과 비상취수원의 중요성을 감안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12월 광교주민대표협의회의 시장 면담 이후 상황은 급속도로 바뀌어 수원시는 2016년 3월 광교취수시설 폐쇄를 결정하고 7월에는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안)에 이를 반영해 환경부에 제출했습니다. 수원시는 9월초까지 이런 내용을 좋은시정위원회의 환경·교통위원회에 조차 알리지 않는 등 정보공개를 꺼렸으며, 소통의 부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과 의구심을 안겼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동안 광교지역 주민들이 겪어온 재산권 제약 등 여러 문제점들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광교 지역은 그곳 주민들뿐만 아니라 123만 수원시민 모두의 휴식공간이자 허파와도 같은 소중한 자산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비상취수원 폐쇄는 결국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거쳐 그린벨트의 해제로 이어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시장님은 그러한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십니까? 현재의 규제 아래에서도 엄격한 제재가 어려운 현실인데, 어떻게 법적 규제가 풀리고도 현상이 악화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지속되어 온 광교 주민들의 재산상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전제는 비상취수원의 폐쇄가 아니어야 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속에서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을 비롯한 자연 재해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계획을 세울 때 특히 그것이 안전에 관한 것이라면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팔당에서 사오는 상수도가 경제적으로 이익이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서는 '비용절감'이니 '효율' 등 만을 내세워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광교 주민을 위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만 자연 훼손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광교산은 우리 것만이 아니라 우리 후손의 것이기도 합니다. 후손들이 난개발로 파헤쳐지지 않은 순수한 자연과 함께하기를 기대합니다.

아직은 겨울다운 추위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곧 본격적인 추위도 오겠지요. 시장님, 선정(善政)과 함께 건강 잘 챙기시길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수산 합장.

/수산 광교상수원범시민대책위 상임대표·수원 대승원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