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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없던 시절의 새벽 알람시계가 닭이었다. 수탉이 우는 소리가 그렇다는 거지만 결코 우는 게 아닌 외침 소리고 그 자지러진 절규가 집안 귀신들을 쫓아냈다고 했다. 그래서 닭을 새벽을 맡은 동물인 '사신(司晨)'이라고 했지만 수탉은 대체 어떻게 새벽 시간을 알까. '금계(金鷄)전설'에 의하면 황금 닭이 땅 속에 묻혀 있고 그 금계 소리를 신호로 지상의 모든 수탉이 일제히 꼬끼오한다는 거다. 그러나 중국의 전설은 금계가 땅속이 아닌 천상의 금계성(金鷄星)에 산다고 했다. 새 중의 새, 덕 있는 새(德禽)가 또한 닭이다. 완전식품인 달걀과 영양가 높은 몸까지 인류의 먹이로 바치고…. 특히 오골계를 약계(藥鷄)라 부르고 유태인들은 속죄양 대신 수탉을 제단에 바쳤다.

인종이 그렇듯이 계종(鷄種)도 많고 알 많이 낳는 다산 닭의 으뜸으로는 레그혼(Leghorn)부터 꼽힌다. 이탈리아 북부 리보르노(Livorno) 해안 도시 레그혼이 원산으로 특히 백색 레그혼이 유명하고 1년에 2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털이 새빨갛고 꽁지가 긴 로드아일랜드레드(Rhode lsland Red) 역시 다산종이고 1년에 150개 정도 산란한다. 그런데 닭의 원종(原種)은 집닭이 아니라 들꿩과에 속하는 멧닭(野鷄)이다. 흑치(黑雉)라고도 부르는 그 야계는 한 배에 7~12개의 알을 품는다. 영국이 원산인 오핑턴(Orpington)의 산란 수도 연간 140개고 독일의 '함부르크'종도 난용으로 유명하다. 그밖에 명품 닭으로는 프랑스산 우당(Houdan)과 미국 매사추세츠의 플리머드록(Plymouth Rock)이 난육(卵肉)겸용으로 꼽히고 중국 북부 원산의 코친(Cochin)도 육종(肉種)으로 쳐준다. 특히 몸집이 크고 깃털이 흰 닭과 검은 닭 두 종류인 동인도 원산의 브라마(Brahma)는 육질이 일품이다.

올해가 붉은 닭의 해라지만 음력 기준이다. 설날부터가 정유(丁酉)년이다. 닭의 해라면 1453년 조선조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의 왕권을 찬탈한 계유정란(癸酉靖亂)과 1597년 선조 때의 정유재란(丁酉再亂→왜란)부터 연상되지만 올해는 용(근혜)과 원숭이(순실)난부터 신속히 평정되고 AI(조류독감)따위도 말끔히 퇴치, 닭들부터 활개 치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