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후 우리사회 어떻게 바꿀 것인가' 포럼도
지난해 우리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가 말해주듯, 대한민국은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불의한 권력과 재벌의 정경유착, 공적 시스템이 붕괴된 국정의 민낯에 분노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르신까지, 그리고 청소년, 주부, 직장인을 비롯한 모든 연령과 계층이 수원,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의 광장에서 자신의 주장으로, 노래와 율동으로 신명나게 표출했다.
작은 촛불로 시작된 민심은 이제 정경유착과 불평등을 심화시킨 경제구조, 생명의 가치를 저버린 사회 전반의 변혁을 요구했다. 시민의 기본적인 상식과 정의에 기초해서 운영되는 국가를 만들자는 촛불의 민심, 이것은 개발 시대의 종말이자, 동시에 시민 시대의 서막이다. 또한 중앙집권적 '국가의 시대'가 가고, 지방분권형 '도시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메르스 사태에서도 자치역량의 중요성이 확인됐다. 저출산, 고령화, 복지, 안전, 교육 등 사회의 당면한 과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시민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방정부다.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과 주민 특성에 맞는 정책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원시는 올해부터 '시민의 정부'를 본격 추진한다. 그동안 시민의 구체적 삶을 챙기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혁신해 왔다. 수원시정을 한걸음 더 혁신하자는 것이다. 시민의 시대, 시민의 정부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시민의 정부는 참여를 통해 시민주권이 모세혈관처럼 흐르고, 협동의 자세로 공동과제 해결에 힘을 모으고, 포용의 정신으로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미 수원시는 민선5기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수원'을 통해 도시의 주인이 '시민'임을 선언해 왔다. 수원시 좋은시정위원회, 주민참여예산제, 도시정책시민계획단, 시민배심원제도, 원탁토론, 마을만들기 등 시민참여를 통해 '시민의 도시'를 구현해 왔다. 또한 수원시 인권센터와 시민자치대학을 통해 시민의 기본권 보호와 민주주의 역량 강화에도 노력해왔다.
'시민의 시대, 시민의 정부'는 시민의 권리를 강화하고 참여의 기회와 폭을 넓히고 확대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를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시민들과 시장, 시민들과 시정과의 관계 속에서 그동안 시청, 시장이 결정하고 시민은 따라 오라고 하면, 시민들의 창의적인 에너지가 모아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민이 싱크탱크인 시대이다. 시민의 목소리와 의견을 수용하는 시민참여형 풀뿌리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스스로 배우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거대한 연대를 이뤄냈다.
촛불민심에 우리 지방정부도 응답해야 할 때이다. 시정의 문턱을 더욱 낮춰서 다양한 참여의 플랫폼을 만들어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내놓는 의제와 아이디어를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면 시민의 에너지가 결집될 것이다. 그러면 시민들이 수원의 주인으로서 참여할 뿐만 아니라 책임지는, 그런 시정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의정부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시민주권헌장인 자치기본조례 제정, 민주시민교육 강화, 그리고 주민자치회와 아파트 공동체문화 활성화, 민간 개방형 공직 공모제 등을 통해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정부'의 근간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수원시는 '촛불 이후 우리 사회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연중 개최한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생활 속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그리고 '수원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한다. 각자의 꿈과 길은 달라도 시민들은 대화하고 토론하며, '생활민주주의'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 시민혁명이 완수될 수 있다.
시민들의 참여와 토론 활성화를 위해 '시민의 정부 포럼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온-오프라인 쌍방향 참여를 확대해 시민의 아이디어도 모아나갈 예정이다. 토론회에서 제시된 과제는 수원시정에서 우선 도입, 실천해 나갈 것이다.
광장의 촛불로 연 '시민정부'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모든 꿈과 희망은 가장 무서운 어둠 속에서 출발한다"라는 고은 시인의 시구처럼,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광장민주주의가 수원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시민이 이 땅의 희망이다. 시민의 시대, 주인공은 시민이기 때문이다.
/염태영 수원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