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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사회부 차장
미봉책은 꿰매어 깁는 계책이란 뜻으로, 결점이나 실패를 덮어 발각되지 않게 이리저리 수선해 감추기만 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춘추시대 주(周)나라와 정(鄭)나라의 전쟁에서 유래돼 군대를 재배치해 보충한다는 의미였으나,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순간의 결함만 떼우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할 때 쓰곤한다.

최근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딱 미봉책이다. 교육부는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밀려 눈치보기 식으로 교육현장 적용을 1년 유예하기로 한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는 국정교과서 사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토본 공개 당시 박정희 대통령 미화 또는 친일 행적 미화 등 특정 사안에 대한 지적들이 잇따랐고,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올해 신학기 현장적용 강행이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유예결정 발표 당시 올해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 연구학교로 지정해 운영하겠다는 단서조항을 제시했다. 국정교과서 사용을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학교에서 사용하겠다고 신청한다면 권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쓸데없는 미봉책 때문에 교육현장은 또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 교과서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최종 선택한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정서상 학운위와 학교장 결정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결정할 경우 반발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과의 마찰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 보듯 뻔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해 전국 13개 시·도 교육청은 벌써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학교가 국정교과서를 선택하면 관할 교육청에서는 교육부에 연구학교 지정을 승인요청을 해야 하나, 지정요청 등의 법 절차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 교육청내 몇몇 학교들은 역사교과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교육청의 거부방침에 최근 주문을 취소했거나 취소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선택했던 일부 학교들은 학내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는가 하면 교육청의 눈총을 받으며 마찰을 빚고 있다.

1년 유예든, 차기 정권으로 결정을 넘기면 끝인 것을, 쓸데없이 연구학교 지정이라는 '미봉책'으로 교육현장에 또 다른 혼란거리를 던져준 셈이다.

/김대현 사회부 차장 kimd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