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하고 무능한 리더십' 모두 심각히 고민 필요
법리보다 '도리', 비판·지적보다 '해결'에 중점둬야


2017010401000234200010811
홍문기 한세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돌이켜 보면 2014년에는 세월호로, 2015년에는 메르스로 전국이 들끓었다. 2016년은 조류 독감으로 인한 수천만 마리 닭들의 폐사와 최순실의 국정농단,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2017년 새해에는 이 황당하고 기막힌 일들을 더 이상 겪지 않게 될까?

우선, 새해에는 부당하고 무능한 리더십에 대해 누구나 심각히 고민하길 바란다. 국정농단과 탄핵의 혼란을 겪으며 필자가 깨달은 것은 리더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만 있다면 리더 가까이에 있고 싶어 한다. 출세하려면 회사에서는 사장님 곁에, 정부기관에서는 기관장 곁에, 학교에서는 교장 곁에, 심지어 학부모회나 동창회에서도 회장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당연시한다. 이 때문에 누구나 조직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장(長) 가까이에서 장(長)을 만족시키는 아부의 테크닉(?) 개발을 고민하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당연시되는 리더십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권력 주변에서 부당하고 무능한 리더의 행위를 묵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부정부패와 국정농단은 여기서 시작됐다. 누구나 최순실과 그 일당을 비판하지만 어쩌면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리더십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뛰어난(?) 처세술로 간주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둘째, 새해에는 누구나 법리(法理)보다 도리(道理)를 더 중시하기를 바란다. 청문회 증인들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엄연한 사실조차 전면 부정하는 위증을 하고 있다. 새해 첫날 대통령도 탄핵 관련 객관적 사실을 모두 부정하는 기자 간담회를 했다. 법리 논쟁을 위해 거짓을 말하고, 거짓을 말하기 위해 객관적 사실을 전면 부정하는 모습이 새해 벽두 한국사회의 자화상이다. 그런데 이미 이런 일들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작년 6월 있었던 욕설 상황극 교사 관련 (경인일보 2016년 6월 22일자 단독보도) 감사과정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사과 대신 해당학교 교장, 교감, 교사가 관련 사실 자체를 전면 부정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법리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누구나 마땅히 해야 할 말과 행동, 즉 도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처벌을 면하기 위해 대통령에서 교사까지 도리 대신 법리를 따지고 있으니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난감하고 수치스럽다.

마지막으로, 2017년은 비판·지적 보다 해결에 주목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국정 농단에서 비롯된 대통령 탄핵 심판 상황은 분명히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잘못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는 특별검찰과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문제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가담항설(街談巷說)에 따른 설왕설래(說往說來)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민은 국민의 역할을,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국회는 국회의 역할을, 사법부는 사법부의 역할을 각각 성실히 수행할 때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만약 2016년의 문제를 2017년에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사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다. 작년 가을 필자는 캄보디아를 여행하며 사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체험했다. 20분 남짓 내린 폭우에 비포장된 캄보디아 차로의 물은 허리까지 차올랐고, 물에 잠긴 도로는 하수도 오물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 길을 누구나 웃으며 헤엄쳐 건너가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사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질리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2016년의 국정농단과 탄핵으로 초래된 문제가 2017년의 개헌과 대선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2017년은 리더십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극복하고, 사회적 도리에 주목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문제가 또 다른 문제와 엮이기 보다는 엮이고 꼬인 문제가 시원하게 풀리는 2017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홍문기 한세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