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형 부정부패 사건이 터져 나올 때마다 오르내리는 재벌들의 이름은 이제 식상 하기까지 하다.
수십 년 간 지속돼온 이런 재벌들의 행태에 더해져 고속 성장의 그늘 아래 단물을 빨아 먹으며 탄생한 졸부들은 사회 곳곳에서 '갑질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연말연시만 되면 수억, 수십 억원씩 기부하며 사진 한 장 찍는 재벌 기업, 부자들이 좋은 일을 하고도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사회적 인식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천에서는 부자들의 기부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뜻깊은 일이 있었다. 바로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100호 탄생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하는 인천 아너소사이어티는 지난 2008년 1호 회원을 시작으로 9년 만에 100번째 고액 기부자를 탄생시켰다.
이름을 올린 기부자 대부분은 인천 지역에서 터를 닦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이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중에는 혈혈단신 인천으로 올라와 고생 끝에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이 많았다. "그동안 인천에서 돈을 벌어 이만큼 왔으니 이제는 지역 사회에 돌려줄 차례"라며 기부를 한 이들도 있었고,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을 맞아 자식들과 함께 '통 큰 기부'를 한 기업인들도 많았다.
인천공동모금회의 한 관계자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자 대부분은 기존에도 지역 사회에서 봉사 활동이나 기부를 해 왔던 이들이고, 익명으로 거액을 내놓은 사람들도 있다"며 "돈이 아니라 마음이 부자인 이들이 고액 기부자로 이름을 올린다"고 말했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중에는 부부(3쌍)나 형제(2쌍), 부자(父子·3쌍)지간인 이들도 있었다.
정유년 새해에는 이런 부자들의 훈훈한 소식이 더 많이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김명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