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의 태초의 닭 우는 소리
서산대사의 애국실천 일깨워 보자
끝없는 도전·유혹에 흔들림없는
목계의 부동심·수탉의 지용 갖춘
국민적 리더십 대망하는 '정유년'
갑오년 지나 을미년 거쳐 병신년까지 숨 가쁘게 넘기고 정유년 새 아침이 밝았으나 국내외적 상황은 캄캄한 어둠 속이다. 일간지 메인타이틀처럼 '日中美 스트롱맨 펀치와 日中의 협공을 받아 코너에 몰린 모래알 한국'이다. 고도성장의 피로감과 법치의 변곡점에서 국정 중심조차 공백 상태를 맞아, 한국에선 지금 우왕좌왕 국론 분열이 끝 간 데를 모르고 심화되고 있다. 70년 가까이 남북으로 분단되어 첨예하게 대치한 가운데, 대륙 안보를 에워싼 중국과 소련, 해양 경제의 극단에 마주선 미국과 일본 등 4대 열강의 국익과 안보, 자존심의 각축장이 된 지금의 한국은 풍전등화의 구한말 대한제국을 연상케 한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의 한복판에서 상처 입고 분열된 나라를 치유하고 통합하여 국정 중심을 바로 세우고 나라와 국민 정신을 일으킬 새로운 리더십이 절박한 시점이다. 국내외적 난제와 사회적 병폐가 아무리 깊고 두텁다 해도 세계 최단기간 내 경제성장과 자유민주주의를 성취한 나라, 경제대국·문화대국을 이룬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살려 흩어진 국력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차가운 감옥, 절망의 밑바닥에서도 불멸의 애국혼으로 높푸른 시심을 꽃피운 민족시인 이육사(李陸史)의 수탉 같은 외침에 귀 기울이고 작금의 혼탁한 정신을 씻어낼 일이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에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태초 이래 영겁의 시간, 눈 내리는 광야에서 매화 향기를 피운 가녀린 노래의 씨앗을 일깨워 금수강산 한반도에 지구촌 상생의 합창을 목놓아 부를 수 있는 그 날을 준비해야 한다.
임진왜란 때 거국적인 승병을 일으켜 왜병을 물리치고, 깊은 깨달음으로 사명대사 등 수많은 제자와 불멸의 명시를 남긴 서산대사는 "머리는 희나 마음은 늙지 않네. 이제 닭 우는 소리 한 번 듣고서 대장부 할 일을 마쳤다네(髮白心非白 今聞一鷄聲 丈夫能事畢)"라 노래했고, "천만 가지 계책과 생각이 붉은 난로에 한 점 눈송이(千計萬思量 紅爐一點雪)"라고 초탈의 경지를 읊었다.
장자(莊子)는 나무로 만든 닭 즉 목계(木鷄)의 덕이 최상이라 하였다. 최고의 싸움닭을 훈련하는 조련사가 왕에게 닭의 등급에 관하여 아뢰었다. '강하긴 하나 교만하여 자신이 최고인 줄 안다'에서, '교만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의 소리와 행동에 너무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인내심과 평정심을 길러야 한다'는 단계를 거쳐, '조급함은 버렸으나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이라 눈으로 감정상태를 드러내는' 단계를 지나, '상대방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위협해도 반응하지 않고 다른 닭이 아무리 도전해도 혼란이 없는 평정 상태로 마치 나무로 만든 것 같은 목계(木鷄)'가 마지막 최고의 단계라 했다. 삼성을 창업한 고(故) 이병철 회장이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에 입사한 첫날부터 벽에 걸어두고 마음에 새기게 하여 오늘날 글로벌 삼성그룹을 이룩한 정신적 지표가 되게 했다는 두 가지 덕목이 경청(傾聽)과 바로 이것, 목계였다.
붉은 닭의 해를 맞아 21세기 문명전환과 초불확실성 시대(Age of Hyper Uncertainty)에 민족시인 이육사가 노래한 태초의 닭 우는 소리, 홍익인간의 초심을 회복하고 닭 울음에 활연대오(豁然大悟) 깨우친 서산대사의 초탈한 애국실천을 일깨워 보자. 천변만화의 도전과 유혹에도 흔들림 없는 목계(木鷄)의 부동심(不動心)과 때를 알고 새날을 여는 수탉의 지용(智勇)을 갖춘 국민적 리더십을 대망하는 정유년 새 아침이다.
/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