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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저마다 적은 글귀
방명록 작년말 1천권 돌파
광화문 304개 구명조끼 전시
"구조가 아니라 탈출한 것"
"잊을 뻔 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8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은 세월호 희생자의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씩을 놓고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영정사진 대신 '아직 다윤이가 세월호 안에 있습니다'는 글이 붙어 있는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영정 앞에서 추모객들은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세월호사고 발생 2년이 지나면서 추모객의 방문이 뜸했던 합동분향소는 참사 1천일을 하루 앞두고 시민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남긴 방명록에는 참사 1천일을 앞둔 저마다의 소감이 적혀 있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다는 14살 소녀는 방명록에 "2년 반 만에 언니 오빠들을 보러 왔습니다. 중학교 가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잘 살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고 적었고, 또 한 시민이 방명록에 쓴 "너희들이 별이 된 지 999일째, 너무 미안하고 잊지 않고 기억할게"라는 글귀는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방명록은 지난해 말 1천권을 돌파했지만, 앞으로 몇 권이나 더 추가돼야만 이들을 떠나보낼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을 하지 못했다.
초등학생 자녀 둘과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은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면서 다시 한 번 아이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며 "그동안 세월호 문제를 잊고 살았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11번째 촛불집회에서도 시민들의 추모 목소리가 이어졌다. 광화문 광장바닥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304개의 구명조끼가 전시됐고, 세월호 생존자들도 직접 나서 '세월호 구조 책임'의 진상을 가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생존자 장예진(20·여)씨는 "저희는 구조된 것이 아니라 탈출한 것"이라고 말했고, 미수습자 허다윤 양 아버지 허흥환씨는 "세월호 인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지막 1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