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퇴임한 백영현(56·사진) 전 포천시 소흘읍장이 "후배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라며 "오랜 경험에서 얻은 지혜 같은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국대학교 토목공학과를 나와 스물여섯 살부터 시작한 공무원 생활이 30년. 그 사이 말단부터 국장 자리까지 오르며 공무원으로서 희로애락을 두루 경험했다.
공무원에게 명예롭게 퇴직하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은 없다. 백 전 읍장은 공직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이력에 단 한 줄의 오점도 남기지 않았다. 요직에 있다 보면 유혹도 따를 법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융통성 없이 꽉 막힌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가 '기준과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백 전 읍장은 "실천하기는 참 어렵지만 복잡한 업무를 보다 보면 이보다 쉽고 좋은 해결책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사업이다. 포천시의 미래가 달린 이 사업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었다. 사업 구간에 군부대 탄약고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군 협의를 피할 수 없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로 인해 주민과 군의 갈등이 일촉즉발 상황에 있었다는 것이다.
군 협의가 진전 없이 시간만 허비하던 차에 당시 실무를 책임지고 있던 백 전 읍장은 '탄약고 지하화'라는 대안을 들고 정부와 군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관철하는 데 성공했다.
백 전 읍장은 "당시 주민과 군부대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며 "해결책을 찾지 못해 밤낮으로 고민했지만 결국 기준과 원칙으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 일로 그는 2012년 그해 '대한민국 소통대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백 전 읍장은 "애정을 갖고 일을 하다 보니 떠나는 자리가 매우 아쉬웠다"며 "임명직으로서 여러 한계에 부닥쳐 솔직히 못다 한 일들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포천시에는 오는 4월 12일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백 전 읍장은 "다른 방식으로 다시 한 번 공직에 도전하기로 했다"며 출마의사를 밝혔다. 현재 그는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결심을 굳힌 상태다.
포천/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