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옹호
화성시 화옹지구 간척지의 8공구 내 조성된 일명 13구역 습지가 한국농어촌공사의 배수지선 공사로 물이 모두 빠져 저어새 등 천연기념물의 서식지가 훼손돼 있다. 사진 왼쪽은 공사 전 습지에서 서식하던 다양한 조류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화성환경운동연합

작년 100여마리 대표 서식지
농어촌公 물 빼자 조류 급감
전문가, 주변이동 가능성 적어
공사측 "가치 인정땐 중단"
환경평가때까지 훼손 불가피


11일 오전 화성시 화옹지구 간척지의 8공구 내 조성된 일명 13구역 습지. 이곳 습지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수심 70㎝가 넘는 물이 고여 있어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한 천연기념물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등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현재 물이 모두 빠져 전체 16만㎡에 달하는 습지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저어새 등 조류는 찾아볼 수 없다.

해당 습지는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4천마리 미만인 저어새가 지난해 여름철 기준 100마리 이상 발견되는 등 대표적인 서식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농어촌공사가 간척지 논에서 발생한 오·폐수 등을 배출하는 물길을 만들기 위해 전체 길이 1.9㎞, 수심 1.2m의 배수로 공사를 시작하면서 습지에 고여 있던 물이 빠져나가자 습지를 찾는 조류 수가 급감했다.

이 때문에 물기가 메마른 습지에서는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노랑부리저어새·검은머리물떼새·검은머리갈매기·큰고니·개리·알락꼬리마도요 등 서식하고 있던 6종의 조류가 자취를 감췄다.

농어촌공사는 해당 습지에서 서식하던 천연기념물이 같은 8공구 내 조성된 65만㎡ 규모의 다른 인공 습지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성시·화성환경운동연합 등과 해당 간척지 내 조류 모니터링을 공동 진행한 서정화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대표는 "인근에 조성된 인공 습지는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른 데다 갈대가 많아 저어새와 백로 등 다양한 조류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당초 습지가 없어져도 조류가 서식지를 옮길 가능성은 적은 곳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현장답사를 통해 "습지가 메말라 서식지로서의 보전 여부가 불분명해 졌다"며 추후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농어촌공사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뒤늦게 농어촌공사는 사후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해당 습지가 서식지로서의 가치가 인정될 경우 오는 2021년까지 해당 습지를 매립해 경관용 작물을 심는 사업을 중단하고 보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용역 업체를 선정하고 배수로 공사도 마무리되려면 빨라도 1~2개월이 걸려 환경영향평가를 시작할 때까지 습지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습지에서 물이 빠지지 않도록 조치를 했으며 배수로 공사가 끝나면 눈·비 등으로 자연스럽게 물이 다시 고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1년 뒤 용역결과가 나올 때까지 습지는 그대로 보전하겠다"고 말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