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호성 신년 인터뷰
은호성 한국은행 인천본부장은 11일 경인일보와 신년 인터뷰에서 "인천은 희망과 실망이 교차하는 도시"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 제공

알맹이 없는 높은 고용률에 일침
기업 리스크관리·체질개선 당부
지역 최대현안에 가계부채 꼽아

은호성 한국은행 인천본부장을 11일 인천본부 도서자료실에서 만났다. 이곳을 꾸미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은 본부장은 "한국은행이 인천경제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려면 먼저 인천의 사회·문화·역사를 많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서자료실은 평소에는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책도 보면서 재충전하는 장소로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다"며 "대학생 등 인천 경제를 더 깊게 알고 싶은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찾아올 수 있게 개방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초 인천에 부임한 그는 "송도 경제자유구역 등 신도시 쪽은 희망이 넘치고, 전통 주력 제조업은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우 낙후된 상태"라며 "인천은 희망과 실망이 교차하는 도시"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인천 경제와 산업구조 등을 조사·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구조고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은 본부장은 이에 대해 "송도 바이오산업의 경우 의약품 제조업에만 머물다가는 위탁 생산지로 전락할 수 있어 명실상부한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이오·물류 등 인천 신성장동력 업종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중계지원대출(C2자금)을 확대해 나갈 뜻도 피력했다.

타 도시와 비교해 인천이 높은 고용률을 보이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노인 취로사업과 같은 것으로 고용률을 높이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특히 인천은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 청년이 원하고 지역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안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 본부장은 "올해는 큰 흐름으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질서의 반작용이 심화할 것"이라며 기업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체질 개선을 거듭 당부했다.

영국 브렉시트 결정과 미 대선 트럼프 당선 등은 저성장 국면이 오래 이어지는 데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면서 기존 질서에 대한 환멸이 낳는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새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감세·규제완화 정책과 인프라 투자 등을 추진한다"며 인천에선 자동차·철강·석유화학 업계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 본부장은 특히 "금융시장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교역 국가별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는 가계부채를 꼽았다. 그는 "미국이 올해 3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동산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