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총체적 난관… 가슴 아파
국가 위해 제 한몸 불사를 각오"
금품수수설 "부끄러운 일 없어"
사실상 출마 의사… 정치권 요동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해 '국민 대통합'을 강조하며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유력 대선주자인 반 전 총장의 귀국으로 인해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당장 정치권 전체가 '반기문 귀국'이라는 대선판의 새로운 변수 등장으로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특히 탄핵사태를 거치며 지리멸렬해진 범여권과 국민의당은 유력주자의 귀환으로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대선판의 균형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영입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탄탄한 대권후보를 갖춘 더불어민주당측은 검증의 칼날을 세우며 찻잔속 태풍으로 소멸되기를 벼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반 전 총장은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며 기존 대선주자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적 행보를 꾀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약자의 인권보호와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했다"며 지난 10년 간 자신의 업적에 대해 언급한 데 이어, 현재 국내 전반적인 상황을 '총체적 난관'이라고 평가하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반 전 총장은 "10년 만에 돌아와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며 "나라는 갈가리 찢어지고 경제는 어렵고 사회는 부조리와 부정으로 얼룩졌다. 젊은이의 꿈도 꺾였다"고 지적하며 "부의 양극화,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제게 권력의지가 있냐고 물었을 때, 저는 분명히 '제 한 몸 불사를 각오가 있다'고 말씀드렸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남을 헐뜯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정권을 쟁취하겠다는 게 권력의지라면 저는 없다고 말하겠다. 하지만 오로지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몸을 불사를 의지가 있냐고 한다면 얼마든지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젊은 세대의 미래와 희망을 재차 강조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미래의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사무총장으로서 겪은 경험과 식견을 전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 힘을 합친다면 이 난국을 이겨낼 수 있다. 젊은이들을 위한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대선 출마에 대한 명확한 의사는 밝히지 않았지만 "사심 없는 결정을 하겠다.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공식 출마를 선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최근 자신을 향해 불거진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설'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50여년간 대한민국과 UN에서 국가와 민족, 세계 인류를 위해 공직자로 일해오며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일축했다.
/송수은·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