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도동IC 부근에 있는 절벽에 1천400여 그루의 측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측백나무는 원래 중국이 원산지인데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데 있어 우리나라가 원산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논란이 많았으나 대구 도동외에도 충북 단양과 경북 안동, 영양, 울진 등 여러 곳에서 자생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져 지정되었다. 측백나무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하나같이 석회암 지대의 가파른 절벽의 암석틈에서 자라고 있으며 그 앞에 물이 흐르는 등 환경이 매우 비슷하다는 특징이 있다.
측백나무는 높이 25m, 직경 1m까지 자라는 늘푸른 큰키나무이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세로로 갈라지며, 작고 납작한 잎은 비늘모양으로, 가지를 사이에 두고 서로 어긋나게 달린다. 4월에 피는 꽃은 황록색이며, 9~10월에 달리는 열매는 구과로 달걀형이다. 측백나무는 맹아력이 강하고 생장속도가 빠를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푸르고 가지가 촘촘히 뻗어 바람을 막거나 소리를 차단할 수 있으며 병충해에도 강하므로 생울타리나 방풍림으로도 많이 심고 있다.
측백나무와 사촌지간 쯤 되는 나무로 편백과 화백이 있는데 자라는 모양이 서로 많이 유사해 꽃과 열매를 보기전에는 상당히 구별이 어렵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측백은 W, 화백은 X, 편백은 Y자형으로 비늘잎이 쪼개지는 모양이 서로 달라 구분이 가능하다.
측백이라는 이름은 '본초강목'에 잎이 납작하고 옆으로 자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나와 있다. 잎은 옆으로 자란다고는 하기 어려우나 자세히 보면 비늘잎이 겹쳐져 있어 모양은 눌려서 납작한 편이니 연관성이 아주 없다고 할 수도 없다. 또한 측백은 한자로 側과 柏을 쓰는데 흰색(白)이 서쪽을 의미해 서쪽으로 기운 나무라는 뜻이지만 실제 이렇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음양의 관점에서 보면 서쪽을 의미하는 나무는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음수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측백나무는 소나무와 함께 선비의 절개와 고고한 기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그래서 경복궁을 비롯해 궁궐 여기저기에 심어져 있다. 중국에서도 사원이나 귀족의 묘지에 반드시 심는 나무였다. 관청은 '백부'라 하여 권위의 상징으로 측백나무를 심었으며, 산둥성 곡부에 있는 공자의 묘소에도 오래된 측백나무가 향나무와 함께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또한 측백나무의 잎은 앞뒤의 모양과 색이 비슷해서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군자의 나무라고 한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관리들을 감찰하는 기관인 사헌부를 '백부'라고 부른 이유도 측백나무처럼 늘 변함없이 원칙을 준수하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측백나무는 예로부터 귀한 약재로 쓰여 왔다. 특히 서늘한 성질로 인해 혈액에 쌓인 습기와 열을 없애주는데 효과가 크다. 어린 가지와 잎은 각종 출혈에 지혈제로 쓰고, 근피는 화상으로 짓무른 부위를 치료하는데 사용한다. 최근에는 잎의 추출물이 발모촉진 또는 탈모방지에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측백나무 목재는 가공이 쉬워 건축재 등으로 다양하게 쓰여 왔는데 예전에는 관을 만드는 나무로 중요시 되었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