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가 화성 화옹지구 간척지 내 습지 인근에서 실시한 배수로 공사로 습지가 메말라 멸종 위기 1·2급 조류들이 급감(경인일보 1월 12일자 23면 보도)한 것과 관련, 해당 습지가 천연기념물 서식지로 보전가치를 인정받아도 현행법상 보호지역 지정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공사가 뒤늦게 사후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 보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훼손된 습지의 복원 또는 보전 근거가 전무한 실정이다.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습지보전법을 근거로 희귀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지역 등으로 인정된 섬진강 침실 습지 등 전국 22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해당 법이 시행된 지난 1999년 당시 매립면허 또는 골재채취 허가를 받은 지역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명시돼 지난 1991년 농림수산부(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매립면허를 받은 화옹지구 간척지 내 습지는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농어촌공사는 사후환경영향평가 결과 해당 습지가 천연기념물 서식지로 보전가치가 인정될 경우 해당 습지를 매립해 경관용 작물을 심는 사업을 중지한다는 계획이지만 현행법상 방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환경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5년마다 습지 생태계 현황, 주변 지역의 토지이용 실태 등을 조사해 보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훼손지역 복원과 개발행위 제한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환경관련 단체 또는 전문가들은 법제정 이전에 매립허가를 받은 지역도 소급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화성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자연을 보호한다는 법의 취지를 고려해 매립허가를 받았더라도 사업이 끝나지 않았다면 법을 소급 적용해 습지를 보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사후환경영향평가 결과 실제 보전가치가 인정되면 해당 습지에 대한 개발행위 등을 중지하고 매년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