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민생경제 무관심 일관
위기에 빠진 나라 구하려면
새로운 국가 목표·전략 세우고
정치·경제 협치로 가는 새판 짜
국민마음 묶고 희망 부풀게 해야
한 나라가 정체상태에 빠지는 건 언제인가? '법과 제도가 쇠퇴하면서 지대(Rent)를 추구하는 특권층이 경제와 정치를 지배할 때'다. 2세기 전 국부론을 쓴 '아담 스미스'의 통찰이 지금 우리나라의 총체적 난맥상을 관통하고 있다.
탄핵정국과 추악한 국내 정치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어나고 있다.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니까 국가브랜드의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구조조정이 부진하고 천문학적 숫자의 가계부채, 거기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들어 한국에만 불리하게 경제성장률을 2.6%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가브랜드는 넓은 의미로 보면 국가의 품격의 다른 표현이다. 우리나라의 국격은 부패하고 무능한 대통령, 삼류 정치를 일삼는 저질 국회의원, 정경유착의 반 시장 기업인, 무능한 교육부와 대학들이 앞장서서 떨어뜨리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브랜드는 실제 능력 만큼 대우받지 못한다. 품질이 같은 제품일지라도 일본이나 독일제품보다 30~40% 가량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얼마 전 문광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브랜드 슬로건으로 'Creative Korea'를 발표했다. 하지만 브랜드 슬로건이 창의성이 없고, 국가의 핵심전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슬로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한국을 딱 표현해주는 '한 방'이 없다. 또한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와 혼돈될 수 있다. 국가브랜드가 소중한 것은 해외에서 '대한민국'이란 브랜드를 보고 우리 국민이나 기업의 제품, 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브랜드 하나 국민 마음에 쏙 들게 만들지 못하는 나라이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물고 뜯느라 민생경제에는 무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는 한국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이다. 지금까지 국회가 규제 완화 법안의 발목을 잡으며 신사업 발굴과 투자확대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와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틀어막아 왔다. 경제는 정치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정치권은 당과 이해관계를 떠나 기업 활력 회복 등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
현재의 정치경제 시스템으로는 2만 달러를 넘어서기 힘들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한국의 정치행정을 둘러싼 제도, 규범, 관행은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다.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려면 새판을 짜야한다. 민생경제를 살리려면 공장의 엔진 소리를 되살리고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고, 망가진 자영업자들이 일할 의욕을 되살려내야 한다. 구조개혁을 위한 창의적 대안을 찾고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살려내야 한다.
무엇으로 한국의 국격을 올릴 것인가? 국가 지도자를 대표로 하여 그 뒤에서 국가를 위해 새로운 국가 목표와 전략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정치, 경제시스템의 새판을 짜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꿈과 희망을 부풀게 해야 한다. 그래야 국격이 생겨난다. 이제 우리의 정치경제는 거버넌스, 즉 협치로 가야 한다. 혼란과 갈등의 시대에는 집단지성이 깨어있어야 한다. 어느 지도자도 믿을 수 없다. 집단과 공동체의 이성이 날카롭게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원제무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