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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으로 인한 달걀 품귀로 미국산 달걀 100t을 수입했지만 하얀 달걀이다. 마치 백인종 색깔 같다. 노란 달걀은 황인종, 회색 달걀은 회색인종, 까만 달걀은 흑인종 색깔 같고…. 회색과 까만 건 몰라도 파란 달걀은 있었다. '보통 달걀보다 콜레스테롤치가 8분의 1인 녹색 달걀이 시판된다'고 독일 판매부수 1위 신문인 빌트(Bild) 지가 보도한 게 1987년 8월 5일이었다. 독일 바이에른 주 출신의 루돌프 롱트겔라스 백작이 남미 안데스산맥의 검은 아라우카나 종 닭과 아시아 야생종 닭을 교배시켜 얻은 잡종 닭이 녹색 달걀을 낳았다는 거다. 색깔이야 어떻든 달걀 관련 용어는 많다. 발상의 전환을 상징하는 '콜럼버스의 달걀'을 비롯해 'egg head(달걀 머리)'가 지식인, 인텔리를 뜻하는 이유가 뭘까. 그럼 요즘 스킨헤드족도 모두 인텔리라는 말인가. 알에서 나왔다는 박혁거세와 수로왕(首露王)은?

egg가 대단한 건 지상의 모든 알이 egg고 달걀이 그 대표인 점도 그렇고 일본어 '도리'는 새, '도리노 코(鳥の子)'는 새알이지만 그 대표 새와 새알이 바로 닭과 달걀이라는 점도 그렇다. 미인의 얼굴도 달걀형이고 지상의 인류가 껌뻑 죽는 게 또 달걀노른자 땅 아닌가. 하지만 나쁜 뜻도 많다. 충동하다, 부추긴다는 뜻이 egg고 good egg는 좋은 사람이지만 bad egg는 나쁜 사람, 건달이다. 귀신 중에 가장 무서운 귀신이 달걀귀신이고 중국에서는 고약하게도 남성의 음모가 '달걀 털(卵毛:루안마오)'이다. 달걀은 '닭의 알'의 준말이지만 무엇보다 닭들에게 민망한 게 달걀 관련 용어인 '누란지위(累卵之危), 누란지세(累卵之勢), 위여누란(危如累卵)' 등이고 더욱 미안한 건 달걀로 바위 치기―'이란격석(以卵擊石)'인가 하면 바위도 아닌 사람까지 달걀로 후려치는 행위다. 그런 걸 '달걀 세례'라고 하다니 예수교도들이 들으면 기가 막힐 게다.

엉뚱한 생각이 든다. 우리 땅을 휩쓴 조류독감으로 인한 달걀 품귀는 달걀을 모독해온 인간들을 벌주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친근한 노란 달걀이 아닌 미국 산 하얀 달걀 시식을 계기로 아까운 달걀 투척이나 하는 소수점 이하 인간들이 대오각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