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에서 천연기념물이 가장 많은 섬 옹진군 백령도가 레미콘 회사의 무분별한 산림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백령도의 한 레미콘 업체가 관할 지자체인 옹진군에 허가도 받지 않고 2천㎡가 넘는 산림을 훼손하며 토사를 채취해 자연경관을 크게 망쳐버린 것이다.
16일 인천 옹진군에 따르면 A레미콘 업체는 지난 2015년 8월 옹진군 백령도 진촌리 산 49-1 일대에서 3천872㎡에 대한 굴착허가를 받아 토사채취를 시작했다.
문제는 해당 업체가 허가받은 면적 외에 2천584㎡의 산림을 추가로 훼손하면서 사실상 산의 하단부 6천여㎡가 '민둥산'이 돼 버린 것이다.
산림이 훼손된 지역은 이 지역 주민들이 '남산'이라고 부르는 백령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국토 끝 섬 전망대'가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백령도 주요 관광지인 사곶 해수욕장에서 백령도 중심지로 잇는 도로가 산 바로 앞을 지나고 있어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붉은색 토사가 드러난 흉물스러운 산의 모습이 노출돼 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은 여름철 많은 양의 비가 내리게 되면 산사태가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어촌계와 숙박업소·음식점 등에서는 마을 경관을 해쳐 관광객들의 발길을 끊게 만든다며 군에 민원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백령도의 한 주민은 "관광객들이 섬에 왔다가 깜짝 놀라서 저렇게 될 때까지 주민들은 왜 가만히 있었냐고 묻더라"며 "산이 흉물스럽게 깎여 나가 보기에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자칫 산사태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옹진군은 지난해 7월부터 해당 업체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지만, 업체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군은 최근 해당 업체대표를 산지관리법과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인천중부경찰서에 고발했다.
군 관계자는 "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정 조치를 진행했지만, 업체가 응하지 않아 고발을 진행했다"며 "산림이 훼손된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경찰조사 이후 재차 원상복구를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 업체 관계자는 "경찰조사에서 해당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해명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