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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서 분비되는 물도 뇌물이다. 염통에서 뻗쳐 올라가는 핏물이든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호르몬이든…. 그런 뇌물이야 먹을 수 없겠지만 먹는 뇌물이 금품(돈)이다. 시(時)의 고금과 공(空)의 동서남북을 막론하고 바치고 받아먹는 뇌물은 횡행(橫行)하고 종횡하다 못해 교통체증, 사회 질서를 마비시킬 정도다. 로마는 뇌물에 취한 채 호화목욕탕에 빠져 망했다는 말이 있다. '아테네에서 법관에게 금품을 주고 석방된 첫 번째 인간은 안테미온의 아들 아니루스였다'는 대목은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나온다. 중국 원(元)대의 '십팔사략(十八史略)'에도 '이쟁납뢰 이구미직(夷爭納賂 以求美職)'이라는 말이 있다. 관리들이 뇌물로 좋은 자리를 다퉜다는 거다. 사람도 미인계 따위 뇌물로 둔갑한다.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궁녀인 절세미인 왕소군(王昭君)은 오랑캐에게 바쳐지는 뇌물공주가 돼 사막에서 음독, 자살한다.

중국에선 뇌물 주는 게 행뢰(行賂), 받는 게 수뢰(受賂)지만 賂는 '선물 뢰, 줄 뢰'자다. 글자 뜻이야 선물일 뿐이다. 다만 불순 부정청탁으로 주고받는 선물(금품)만이 나쁠 뿐이다. 특검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뇌물죄를 씌우자 삼성측이 '무슨 소리냐. 재단 출연금이 뇌물이냐'며 반발했다. 하긴 출연금의 捐자는 '버릴 연'자다. 좋은 뜻으로 버리는 돈이 출연금이다. 보조금 찬조금 성금 의연금 등 남을 돕는 돈이 모두 출연금이다. 지난 연말 삼성의 불우이웃돕기 성금 500억원이라는 거금도 같다. '그 돈도 대가를 바라고 낸 거냐'고 항의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불순한 뇌물과 출연금은 악마와 천사 차이다. 삼성이 미르재단 등에 준 430억원이 뇌물이라면 중개인과 받은 쪽도 뇌물죄다.

중국에선 1억 위안(약 170억원) 이상의 뇌물죄는 사형이고 집행까지 지체하지 않는다. 항저우(杭州)시 부시장 쉬마이융(許邁永)과 쑤저우(蘇州)시 부시장 장런제(姜人傑)가 뇌물죄로 사형집행을 당한 건 2011년 7월 19일이었다. 그 두 달 전에도 선전(深 )시장 쉬쭝헝(許宗衡)이 사형선고를 받았다. 삼성의 이재용과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와 3위라는 최순실 박근혜의 뇌물죄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날지 주목거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