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7일 '대한민국이 묻는다'라는 제목의 대담집을 펴내고 자신이 구상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분야별 청사진을 소개했다.

문 전 대표는 지금 필요한 시대정신을 "상식과 정의, 국가 정직성의 회복"이라고 제시하면서 국방·안보 분야부터 권력기관 개혁, 재벌개혁, 일자리 정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비전을 제시했다.

다음은 대담집 속 분야별 정책비전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언급.

교보문고에 등장한 문재인 대담집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담 에세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가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 외교·안보 분야 "軍 복무는 1년으로 단축…사드, 실용적 해법" = 안보와 경제는 국가의 기본이자 국가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통일에 있어서는 우선 경제통일을 이루고 나면 자연스럽게 정치.군사적 통일의 길을 뚫는 2단계 통일을 생각할 수 있다.

개성공단 같은 공단을 비무장지대 남쪽에 만드는 방법도 있다. 강원도 고성이나 경기도 파주 등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출퇴근 하는 공단을 만들 수 있다.

북한의 존재를 인정해 줘야 한다. '퍼주기'라는 오해는 북한을 경제협력의 대상으로 본다면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북핵을 그냥 둘 수는 없다. 북한은 폭격기에 핵을 실어 투하할 수준까지 갔다.

북핵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이나 대북정책이 어떤 방식이든 우리는 실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고급정보를 받을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드 배치 문제도 실용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사드의 효용성은 미국에서도 입증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비준동의를 받아야 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동시에 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중국에 강조하면서, 추가적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북한에 어떤 역할을 해달라고 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해법이 강구될 수 있고,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중국이 한국을 제재할 명분이 없어진다.

미국이냐 북한이냐를 어디를 갈지 선택하라는 질문은 참 슬픈 질문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옥이라도 가야 한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거나 남북합의를 이행할 수 있다면 당연히 북한부터 가야한다. 미국은 또 오랜 우방이자 오랜 친구다. 도움도 받고 논의하면 된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우리가 갖는 자주국방 체계를 이뤄야 한다.

방위비 협상의 경우 2018년 협상이 시작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익을 지키며 협상을 해야 한다.

군복무기간은 1년 정도까지 단축 가능하다고 본다. 사병 급여 수준을 대폭 높이면 굳이 모병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모병제는 통일 이후가 바람직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는 대체복무를 인정하면 된다.

방산비리를 막기 위해 문민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고 민간인 전문가들이 참여해 열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편법으로 군대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고위공직을 맡을 생각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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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친일역사 청산해야" 공정한 세상 =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은 상식과 정의다. 해방 이후 이런 사회를 만들 기회를 놓쳤다. 친일세력이 해방 후 떵떵거리고, 사이비 보수세력이 사회를 지배했다. 세력교체를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졸속으로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는 무효다. 국정교과서 역시 당연히 폐기해야 하며 임시정부를 기념하는 기념관도 건립해야 한다. 역사를 잃어버리면 뿌리를 잃어버리는 셈이다.

공정성 회복도 중요하다. 학생들과 젊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이 사회의 불공정함 때문이다. 그 극단을 정유라 사태에서 보지 않았나.

공정성 회복을 위한 대통령 직속기구가 있어야 한다. 불공정 신고를 받는 일종의 범국민 신고센터를 만들었다. 재벌과 중소기업간 문제 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 있는 불공정, 갑질, 인종차별, 남녀차별, 학력차별, 불평등을 없애고 같은 출발선에 서게 해야 한다. 적어도 국가의 세금이 적용되는 곳에는 불공정 요소가 없어지도록 국민과 함께 대청소를 해야 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도 없애야 하며,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는 방법도 필요하다.

◇ 정치·권력기관·공직·사법·언론 개혁 = 천만 촛불의 민심을 받들어 국민의 뜻과 정치가 함께 승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형사 책임을 져야 하고 부패 시스템에 대한 대청산이 필요하다.

세월호 7시간도 큰 문제다. 대통령은 24시간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지금보다 경호를 확 줄이고 시민과 함께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개헌 논의와 관련해서는 내각책임제든 아니든 선을 그을 필요 없이 다 검토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내각제가 더 나은 제도라고 본다. 다만 70년 가까이 대통령제를 유지, 내각제로 바꾸는데 시기가 적절한지 등은 점검이 필요하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무소불위의 검찰'과 정치검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수사권을 경찰에게, 기소권을 검찰에게 분리 조정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개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검사장 직선제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국정원의 경우 국내정보 기능은 없애고 대북한, 해외정보와 국가안보, 테러 등을 감시하는 것으로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

경찰권 분화는 범죄수사와 민생을 구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나눈 뒤 2단계로 수사권까지 다 갖는 지방경찰로 분권화하는 방법이 있다.

고위공직자 뿐 아니라 대통령과 측근까지 조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필요하다.

고위공직자들은 (잘못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몰랐다는 말로 벗어날 수가 없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국토를 완전히 망쳐놓기도 했는데, 책임을 묻기 위한 정책실명제도 필요하다.

영혼없는 관료라는 말도 많은데 검찰과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민이 검찰과 법조계에 불신이 큰 것이다.

각종 비리에 대한 내부고발자는 국가가 신원보호와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언론개혁도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권력이 공영방송을 완전히 지배했는데, 이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 민간 언론에 대해서도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자율개혁에 맡겨야 한다. 종편 재심사 등도 정해진 기준대로 엄격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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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간담회 후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재벌개혁·세제개혁 등 경제정책 = 10대 재벌만 해도 550조원의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 재벌의 경제활동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지경이다. 그러나 재벌을 개혁한다고 활동 자체를 위축시키면 안 된다.

소득에 대해 차등과세를 해야 한다. 법인세도 적절하게 조정해야 하고, 부동산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과세를 제대로 해야 한다. 일정금액 이상의 월세소득에 대해서는 확실히 과세해야 한다. 일정한 금액 이상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반드시 과세해야 한다.

담뱃값의 경우 국민건강을 빙자한 '세수 늘리기'였다. 재벌과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불쌍한 서민들을 쥐어짠 것이다. 담뱃값은 물론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간접세를 내리고 직접세를 적절히 올려야 한다.

가계부채와 국가부채가 심각하다. 가급적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조절해야 한다. 소멸시효를 연장해가면서 억지로 유지하는 채권은 채무를 면제해줘야 한다. 부실채권 매입 탕감에 국가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 "대학 서열화 없애야"…청년·노인·저출산 대책은 =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서열화를 없애고 전문분야로 재편돼야 한다. 일종의 대학 평준화가 필요한 셈이다. 공동입학·공동학위제도 가능하다.

입시학원처럼 명문대를 가기 위한 방편으로 운영되는 특목고는 다 없애야 한다.

교육부를 없애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국가교육위원회에 권한을 넘기는 방안은 가능하다.

고시촌에 가보면 많은 젊은이들이 쪽방에서 산다. 그런데도 공공부문에는 공무원들을 고용할 능력이 더 있다. 소방부문만 해도 2만6천명이나 정원이 부족하다. 안전이나 공공서비스를 위한 인력은 얼마든지 늘려야 한다.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저 나름의 '치매국가책임제'를 주장하고 있다. 조기검진부터 치료, 요양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평생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배우도록 하는 노인복지를 함께 구축할 필요도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하려면 여성의 경제참여를 임신 상태에서의 산모 건강관리부터 출산, 산후조리, 그 이후 보육을 국가가 전부 책임져야 한다. 아동수당도 도입해야 하며, 셋째 아이부터는 대학 졸업까지 책임져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 대해서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난 대선 때 탈원전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설계수명이 완료된 원전부터 차례로 문을 닫으면 2060년 정도에는 원전이 끝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