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이상 레인 구분없이 출발 400m 트랙 16바퀴
4·8·12바퀴 돌 때 1∼3위까지 각각 5·3·1점 챙겨
마지막 16바퀴 돌 때 1∼3위는 60·40·20점 획득
선두에 1바퀴 뒤지게 되면 해당선수는 실격처리

'슬로 스타터' 김민석 역전우승
김보름은 '실격' 1위 체면 구겨
시작부터 줄곧 독주 펼치기도
쇼트트랙 출신들 치고 들어와

'매스스타트, 스피드스케이팅의 또 다른 재미'.

지난 16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98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남고부 빙상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경기. 4바퀴를 돌았을 때 상위 순위를 보여주는 대회 전광판에는 김민석(안양 평촌고)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8바퀴를 돌았을 때 김민석은 2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3점을 얻었다.

이때까지 김민석의 점수는 4위였고 김민석의 순위는 12바퀴를 지났음에도 3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김민석은 막판 스퍼트를 내며 16바퀴 때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60점을 얻었다. 김민석은 총 63점으로 엄희용(동북고·41점), 이해영(의정부고·21점)을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여중부 매스스타트에선 충북 대표로 나선 강혜원(단성중)이 매 바퀴 선두를 질주해 경기장에서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강혜원은 이날 78점의 만점을 얻어 황고은(평촌중·40점)과 박채은(신현중·21점)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반면 여일반부 매스스타트에선 이변이 일어났다. 매스스타트 세계 랭킹 1위 김보름(한체대)이 선두 그룹에 1바퀴를 따라잡히면서 실격처리 된 것이다. 빙상 관계자는 "김보름의 몸 상태에 이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후반 스퍼트가 좋은 김보름이 작전을 잘못 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매스스타트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세부종목 중 하나다.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처럼 3인 이상의 선수들이 함께 출발하는 것이 일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와 차이점이다. 또 레인의 구분도 없다.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선 400m 트랙 16바퀴를 돈다.

얼핏 보면 쇼트트랙과 유사하지만 매스스타트는 점수 획득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4·8·12바퀴를 돌 때 1∼3위까지는 각각 5·3·1점을 주며 마지막 16바퀴를 돌았을 때 1∼3위는 60·40·20점의 점수를 부여한다. 마지막 바퀴에서 얻을 수 있는 점수가 가장 크기 때문에 역전 우승도 가능하다. 또 선두에 한 바퀴를 뒤지게 되면 해당 선수는 규정에 의해 실격처리 당한다.

매스스타트는 2011년 제7회 아스타나-알마티 동계대회에서 처음 도입됐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포함된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점차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2010년 제65회 전국남녀종합빙상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시행됐으며, 제97회 전국동계체전에서 정식 종목으로 치러졌다.

매스스타트는 정해진 레인이 없는 탓에 눈치 싸움,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또 전략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이번 동계체전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전략들이 그것이다.

김민석은 뒤에서 기회를 엿보다 역전 우승을 차지했고, 강혜원은 처음부터 독주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선두에 따라잡혀 제 실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실격당한 선수들도 있었다.

매스스타트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능력은 지구력이다. 400m 트랙 16바퀴를 돌아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 쇼트트랙출신 선수들이 매스스타트 종목에 나서기도 한다.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이승훈(대한항공), 김보름은 모두 쇼트트랙출신 선수들이다. 김민석도 여름에는 쇼트트랙 훈련을 한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는 만큼 부상의 위험도 크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에서는 발목 보호대, 정강이 보호대, 목 보호대, 헬멧 등 개인 보호 장비 착용을 필수로 하며 미 착용시 실격 처리된다. 평창올림픽에서 주목받고 있는 매스스타트는 한국 빙상에서 금메달 종목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