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중심 '팍스 아메리카나' 아닌
지구촌 평화·번영위한 당면과제
세계적 심각한 이슈 '환경위기'
10억명 끼니 못 채우는 '식량위기'
불안·공포로 몰아 넣는 'IS 테러'
미·러경쟁에 中 자극 '핵무기 위기'
대국답게 정립·확산해 주길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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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은 '국제주의'에서 '미국 우선주의'로 전환하여 미국의 국력을 기르고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자는 것이다. 즉, 그는 미국의 군사력 증강, 제조업 복원, 백인들의 고용증대를 위한 반(反)이민정책, 대(對)테러대책으로서 반이슬람정책을 공약했다.

바야흐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2016. 6. 23)에 이어서 20일(현지시간) '45대 미국 대통령 트럼프' 취임을 기점으로, 세계는 국제주의에서 반세계화, 정치적으로는 '신고립주의'로,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로 각각 전환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한·미동맹까지 기존의 동맹체제에 의문을 제기하였으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까지 자유무역 질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며 멕시코 이민자와 무슬림에 대한 국경 통제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려는 '미국의 파워'란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예찬하는 군사력과 경제력의 '하드 파워', 경성권력(硬性權力)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타인 혹은 타국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인 '소프트 파워', 연성권력(軟性權力)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건국이념(자유·평등·청교도 정신)이 바로 '소프트 파워'라고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 국제정치학 교수는 정의했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이 자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유지에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지구촌 문화공동체'라는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대국답게 정립 및 확산해 주기를 소망한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오직 미국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구촌 평화와 번영을 위해 세계 도처에 만연되어 있는 지역간·종교간·인종간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윌리엄 펜의 '세계연방론'과 임마누엘 칸트의 '세계공화국론'이 그렸던 이상적 인류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초석을 다져준 인류역사상 위대한 정치지도자로 기록되기를 소망한다. 또한, 이를 위한 당면과제인 '글로벌 에너지·환경·식량 위기'로부터, 또한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테러리즘의 위협으로부터 각각 인류를 해방시킬 수 있는 '평화의 사자'가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필자는 '지구촌 문화공동체'를 위한 미국의 역사적 사명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사명을 실천할 지구촌의 당면과제로서 ① 환경 위기, ② 식량 위기, ③ IS 테러 위기, ④ 핵무기 위기를 선정해 각 문제에 관하여 간략히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환경위기이다. 환경문제는 한 지역이나 국가에 한정 되지 않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심각한 이슈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2015년 12월 12일 세계 195개국 정부 대표들이 만장일치로 '신 기후체제'인 '파리협정'을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2020년 말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21년 1월부터 동 협정이 적용된다. 파리협정은 '화석연료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석탄 산업으로 매출의 30% 이상을 거두거나 석탄을 원료로 한 에너지를 30% 이상 사용하는 기업에는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세계 유수 금융회사들의 선언이다.

둘째, 식량위기이다. 인류 사회는 심각한 식량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사람은 10억 명에 달한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만 매년 4천만 명 가까운 인구가 배고픔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굶어죽는 아이가 5초에 1명씩 발생하고 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세상에는 70억 인구가 있지만, 120억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매일 기아(飢餓)로 5만여 명이 굶어 죽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폴 로버츠는 그의 저서 '식량의 종말(2009년)'에서 지구촌 인구가 2050년에는 90억 명으로 전망되는데, 현재의 식량체계로는 인류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기존의 작물 재배방식은 3가지 즉 안정적인 기후, 풍부한 물, 저렴한 에너지의 조건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IS테러는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IS(이슬람국가)는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에 체포·처형당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추종 세력을 광범위하게 모아 이라크의 대표적 반정부 무장 세력이 되었다. 세계시민들은 IS 테러집단이 핵무장을 할까 봐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미군이 철수함에 따라 이라크가 정파 간 권력 투쟁으로 혼란해지고, 시리아가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가 된 틈을 타 급속하게 세력을 불려 2014년 6월 무렵, 이라크·시리아 영토 34%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세력을 넓혔다. IS는 중동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지구촌 전역에서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IS는 현재 조직원 7만~8만명이 시리아·이라크 일대에서 한반도 면적의 3배에 이르는 62만3천㎢를 장악한 뒤 인질 참수 등 잔혹 행위를 벌이고 있다. 2015년부터는 미국·캐나다·호주 등 전 세계로 테러 범위를 넓히고 있다

넷째, 핵무기 위기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2012년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핵확산금지조약상 인정되는 핵보유국)과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 28개 핵보유국(북한 제외)이 약 1만9천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현재 지구상에는 무려 12만6천500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약 1천600t의 고농축 우라늄과 500t의 플루토늄이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략핵무기 부대의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당시 이를 받아치듯 트위터에 "세계가 핵무기에 대한 분별력을 가질 때까지 미국은 핵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이와 같이, 같은 날 러시아·미국의 대통령이 핵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세계는 긴장하고 있다.

만약 미·러 핵 경쟁 재연이라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정당성과 실효성이 손상될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대의명분을 잃고 느슨해질 수밖에 없으며 '핵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위원장에게 핵무기 개발 및 보유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해 줄 것이다. 또한 미·러의 핵 경쟁은 중국을 자극함으로써 핵 도미노 상황이 전개될 것이며 중국은 핵무장한 북한을 더욱 더 필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