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여파로 달걀 값은 50% 이상 올랐고 지난해 말부터 라면, 맥주, 김, 식용유 등 주요 식료품을 비롯한 생활필수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방자치단체들은 버스, 하수도, 쓰레기봉투 등 공공재 요금을 앞다퉈 올리는 분위기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 부담도 덩달아 늘었고, 학원비 등 사교육비도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고 있다.
설 명절을 코앞에 둔 주부들은 지난해보다 더욱 늘어난 차례상 비용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이 전부 가계의 실질 소득은 줄어든 상태에서 이뤄지다 보니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고, 불황 속 물가만 껑충 뛰고 있는 한국 경제를 두고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편집자주
대한민국 가계가 지갑을 꽉 닫았다. 쌀과 의류 등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먹고 입는 지출까지도 줄였다.
가계소득은 제자리인데 체감물가는 계속 오르고 대내외 불안정한 경제상황 속에 노후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면서 결국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의 소비 위축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처럼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빨리 회복되지 않으면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져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다시 가계로 돌아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계 소득이 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연속된 물가 상승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절대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전국 2인 이상)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2015년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가장 긴 감소행진이다.
반면 해당 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444만5천435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441만6천469원보다 불과 0.6% 늘어난 것으로 사실상 제자리다.
가계 소득의 정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도 있다.
한국노총이 물가 상승분을 토대로 조사한 4인 가족 기준 표준생계비는 월 518만~647만원으로 산출됐다.
표준생계비는 교육비, 보건비, 통신비, 주류·담배비, 의류·신발비 등 12개 항목을 가구 규모별로 구성한 것으로 조합원 가계지출 실태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등을 활용해 산출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총액은 312만원으로 정작 생활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제 불황이 계속되면서 소득이 줄어드는 가구도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에 공공요금 인상 억제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정부는 공공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면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의 불만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