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말의 괴짜 이단아 트럼프가 지난 20일 대통령에 취임, 그의 시대를 열었지만 첫날부터 난장판이었다. 취임식장인 연방의회의사당 주변은 물론 전국적으로 시위가 벌어졌고 워싱턴에서만 217명이 체포됐다. 'No NAZI USA(나치 미국은 안돼)' 'refuse fascism(파시즘 도피)' 등 피켓 구호도 격렬했고…. 그날 트럼프 지지율은 37%(오바마 78%), 역대 대통령 중 최저였다. 그런데도 그날 이벤트 특전 참가비는 2만5천~100만 달러라고 대통령취임식위원회가 밝혔다. 취임식 연설문은 트럼프 스스로 썼다. 요지는 워싱턴과 미국 국민을 대비시켜 권력을 국민에게 되돌리자, '미국제일'로 가자는 거였다. 그는 대통령 취임선서를 집전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해 카터, 클린턴, 부시, 오바마 등에 감사를 표했지만 대권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외면했다. 2001년 부시가 고어 전 부통령에게 표시한 감사와는 대조적이었다.
트럼프는 '기득권층이 자신들만 보호했지 국민은 지켜주지 못했다'며 미국 국민 우선과 미국 제일을 거듭 거듭 강조했다. '전 세계인의 인권을 지켜주자'는 1961년 케네디 취임식 외침과는 딴판이었고 '타국이 미국을 파괴해 비참한 상황에 빠졌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래서 미국 우선의 보호무역주의로 가자는 것이었고 동맹국도 더 많은 '동맹 세'를 내라는 것이었다. 이득만 챙기는 무역 교역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도 그의 취임사 중 명언 한 구절이 귓전을 때렸다. 'Whether we are black or brown or white, we all bleed the same red blood of patriots(우리가 흑인이든 황인종이든 백인이든 흘리는 피는 모두 같은 애국자의 붉은 피)'라는…. 하지만 취임식장의 100만(오바마 때는 180만) 인파는 역설적으로 모두 백인뿐이었다.
오바마는 캘리포니아 주로 휴식 여행을 떠나면서 그의 참모진 스태프에게 멋진 말을 던졌다. '우리 이건 period(마침표)가 아니라 comma(쉼표)'라고. 조국을 위해 계속 헌신하자는 뜻이었다. 그런데 취임식장의 각국 수뇌들 얼굴엔 축하와 함께 불안감이 엇갈렸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강국이 모두 시대착오적인 쇄국주의를 지향한다면? 그럼 한국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