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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이 영하 12.6도, 체감온도는 영하 15도라고 했다. 작년 1월 24일 영하 18도에 비하면 덜했지만 춥긴 추웠고 오늘도 비슷하단다. 그래서 경기 북부와 강원 산간 등에 한파 경보를, 서울 등 내륙엔 한파 주의보를 내렸다지만 꽤 겨울다운 추위다.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의 대답이 '君君臣臣父父子子(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라는 명언이었다지만 계절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춘춘하하추추동동(春春夏夏秋秋冬冬)'이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한반도의 봄과 가을이 유야무야한 느낌이지만 여름과 겨울만은 '夏夏冬冬'이라 다행 아닌가. 더 심한 더위와 추위야 견디기 어렵겠지만….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말이 '체감온도(體感溫度)'다. 바람 등의 영향으로 실제온도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는 게 체감온도라지만 잘못된 말, 쓸데없는 말이다. 바람의 영향이 있는 온도든 아니든 모든 온도는 몸으로 느끼는 '체감온도'다. 쓸데없는 말로 더 춥게 하지 말라는 거다. 체감온도가 아니라 '심감온도(心感溫度)'고 '엄살온도'다. 지난 8일 모스크바 북동부 코스트로마(Kostroma)는 영하 41도였다. 그럼 체감온도는? 영하 50도가 아니라 그쪽 사람들의 심감온도는 그 반대로 영하 25도 정도다. 그렇게 느끼고 그런 극기심(克己心)으로 견디는 거 아닌가. 지난 5일 러시아 옆댕이의 핀란드도 영하 40도였다. 중국에선 핀란드를 '분란(芬蘭)'→향기로운 난초라고 하지만 그런 국명이 무색하게 한겨울엔 된통 춥다. 지난 12월 6일 중국 따싱안링(大興安嶺) 후중전(呼中鎭)은 영하 39.7도, 따싱안링 최고봉인 따바이산(大白山)은 영하 41.2도였다. 그 후중전의 사상 최저기온은 영하 53.3도였다.

그런 지역에선 그 혹독한 추위를 어떻게 견디는 걸까. 성탄절인 지난 12월 25일 시베리아 바이칼 호숫가에선 이색 마라톤 경주가 벌어졌다. 수영복 차림에 산타클로스 모자와 수염을 붙인 수십 명이 호수 주변을 뛴 다음 호수 물로 뛰어드는 이벤트였다. 영하 20도에도 호수 물 속은 미지근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오늘부터 체감온도 따위는 무시하는 게 어떨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