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암물질인 PAHs 확산 우려
의왕署 잇단 암 발병 '관련의심'
과거 인적 드문 곳 있던 공장
택지개발로 주거밀집지 바뀌어
배출물질 주민에 실질적 영향
용인·안양등 집단민원 잇따라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IRAC)·미국 환경보호처(EPA)에서 지정한 1군 발암 물질이다. 학계에 따르면 벤조피렌에 노출되면 피부에 홍반·색소화 등이 관찰된다. 실험동물에 장기간 노출하는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서울대학교에서 역학조사를 벌인 남원시 내기마을의 사례를 통해 아스콘 공장에서 배출되는 PAHs가 암 발생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의왕경찰서 직원들의 잇따른 암 발병이 인근의 아스콘 공장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받는 이유다.
아스콘은 운송시간이 1시간 30분가량밖에 허용되지 않아 차량이동이 적은 새벽 시간대 생산량이 가장 높다. 직업 특성상 밤샘 근무가 많은데 새벽 시간대 눈물이 흐르고 두통이 생기는 등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 의왕경찰서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왕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내 아스콘 공장 인근의 민원들은 단순 악취 민원으로 분류돼있다. 법령상 아스콘 공장에 대한 환경조사 항목은 일산화탄소·황산화물·질소산화물·황산수소·벤젠·총탄화수소 등 6가지뿐으로,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서울 은평구을) 국회의원은 "현행법에서는 발암물질 사용을 막는 제도가 없어 노동자부터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그리고 소비자와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발암물질에 광범위하게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과거 아스콘 공장이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 있을 때는 야간에 상주인구가 적어 피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지만, 도시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아스콘 공장 인근에도 중·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되면서 관련 민원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그래픽 참조
실제로 현재 도내 아스콘 공장 47곳 중 1㎞ 내 학교가 위치한 곳은 모두 21곳이나 되며 1~3㎞ 이내 18곳, 3㎞ 이상 6곳으로 아스콘 공장에서 배출하는 물질이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곳은 아예 공장부지가 도시개발지구에 포함돼 폐·휴업했다.
이에 따라 아스콘 공장에 대한 민원도 도 전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미 집단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용인·안양·의왕·평택·양주시의 아스콘 공장은 당초 도시개발이 진행되기 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지만, 현재는 500m 내 학교와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이들 공장 주변이 모두 주거 밀집지역으로 바뀌었다.
아스콘 공장 인근에 택지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평택(세교지구)·의왕(고천지구)·양주(광석지구)시에도 향후 '민원 폭탄'이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지금의 법령 및 규정상으론 공장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라며 "다음 달 환경부 등의 정밀조사 이후 검사항목을 추가하고 저장탱크·상차과정 등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한편, 도시개발 시 환경영향평가 등의 필요한 조치를 담은 개선책을 환경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순기·황준성·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