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해안 갯벌이 내려다 보이는 궁평 유원지. 평일인데다 제철이 아닌 탓에 아직은 관광객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해안을 따라 설치된 날카로운 군사용 철조망이 눈에 들어왔다.
화성시(전곡리~석촌리)지역 해안선 55㎞를 따라 설치된 철조망은 궁평유원지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궁평항까지 빈틈없이 설치됐다. 다만 주민 출입을 위해 쪽문 같은 출입구가 몇군데에 마련돼 있었다.
“화성이 자랑하는 관광지라면서 사람 출입을 막는 철조망이 뭡니까.”
궁평 유원지에서 15년째 장사를 해오고 있는 이모(55·여)씨는 “말만 유원지지 철조망 때문에 이곳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면서 “이제 철조망은 없애도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궁평리 주민 김모씨 등 90여명과 시는 지난 2002년 말과 2004년 갯벌체험현장 등 관광어촌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철조망을 철거해 달라며 군에 잇따라 민원을 내는 등 철조망철거를 줄기차게 요구해오고 있다.
특히 궁평리와 우정면 매향리를 잇는 화옹방조제가 건설된 지난 2002년 이후 관광객들이 늘자 이런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속에서 지난 4일 군이 궁평항에 해안철조망을 설치하겠다며 협조문을 시에 발송하는 등 방조제공사로 철거했던 철조망을 다시 설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주민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궁평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주민 이모(38·여)씨는 “전방도 아니고 주말이면 수백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항구에 철조망을 치겠다니 세금이 남아도냐”며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라 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관계자도 “어민들이 궁평항지역의 철조망철거를 강력히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없었던 철조망을 다시 설치하겠다고 하면 어느 주민들이 가만히 있겠냐”면서 “해양관광지로 이지역을 육성하고 있는 시의 입장에서도 해안 철조망설치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부대 관계자는 “궁평항에 설치하려는 것은 철책선이 아니라 관광펜스”라며 “군 경계작전상 최소한의 울타리로 이것이 없으면 더 많은 병력과 돈이 투입돼야하는 만큼 펜스설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