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수원 팔달산자락 깎아 지어
옛부터 전염병자 수용 '흉한 곳' 소문
풍수학적 배산임수등 위배 지적도
관선 25~27대 1년이내 불명예 퇴진
이인제·임창열·손학규·김문수등
대선·총선 실패에 구속까지 '쓴맛'
도민 개방 카페·전시장 활용 주목
'올해는 과연 경기도지사 공관의 저주가 풀릴 것인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168에 위치한 '굿모닝 하우스'. 경기도청과 600여m 떨어진 팔달산 자락 소나무 숲에 위치한 이곳은 현재 경기도민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연회장·카페 등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원래는 역대 경기도지사들이 애용하던 공관(公館)이었다.
공관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청사는 서울에 있었다. 도청사 이전을 놓고 수원시와 인천시는 10년간의 경쟁을 벌였는데, 1963년 12월 군사정부가 '경기도 위치변경에 관한 법률'을 공포해 경기도청의 위치를 수원시로 확정한다. 이후 1967년 도청과 함께 도지사 공관이 완공됐다.
그런데 도지사 공관 자리는 '터가 좋지 않은 곳'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이곳은 예로부터 인근 주민들에게 '병막(病幕)'이라 불렸으며, 18세기 후반 수원화성(華城) 축조 당시 전염병 환자나 시신들을 안치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도 조선인 전염병 환자를 격리 수용하던 시설로 활용됐으며, 6·25전쟁 때 파괴된 이후 계속해서 황폐한 채 남아 있었다. 과연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생활한 도지사들은 상당한 불운을 겪거나 정치적 실패를 맛봐야만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인제·임창열 전 지사다. 이인제 전 지사는 1995년 6월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첫 민선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이후 그는 신한국당의 유력 정치인으로 큰 기대를 모았으며, 국민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당시 같은 당 이회창 후보와의 갈등까지 일으키며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당시 그의 측근들은 도지사 공관을 찾아가 대선 출마를 만류하기도 했으나 이 전 지사의 의지를 꺾지 못했고, 이 전 지사는 대선에서 19.2%의 득표율을 기록, 3위에 그치고 만다. 참고로 그는 지사 시절 1억4천여만원을 들여 공관을 대대적으로 수리한 바 있다.
이인제 지사에 이어 1998년 민선2기 도지사로 취임한 임창열 전 지사는 공관과의 악연이 더욱 크다. 당시 그의 부인이었던 A씨는 '경기도의 힐러리'로 불리며 평소 공관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그녀는 1999년 남편의 생일 때 공직자·연예인·종교인 등 100명이 넘는 사람을 공관으로 초대해 호화로운 생일파티를 열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또 같은 해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아달라는 전 은행장에게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되기에 이른다.
임 전 지사 역시 도지사에 취임하자마자 1억2천400여만원을 들여 수리한 지 1년도 채 안 된 공관을 다시 수리한 이력이 있다. 이때 인테리어를 맡은 업체 대표가 바로 임 지사의 부인 A씨와 전 경기은행장을 연결시켜 준 장본인이다.
임 지사 이후에도 도지사 공관을 이용했던 손학규·김문수 전 지사 역시 대권 도전에 나섰다가 별 재미를 못 보고 탈당을 하거나 심지어 국회의원 선거에서마저 낙마하는 등 지금까지도 정치적 방황을 계속 하고 있다.
민선 도지사뿐만 아니라 관선시절의 도지사들 역시 불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관선 25~27대 내리 3명의 도지사가 불명예 퇴임자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25대 윤세달(93년 3월 취임) 지사는 국회에 팔당상수원의 오염문제에 대해 허위보고를 했다가 1년만에 경질됐다.
26대 임경호(94년 3월 취임) 지사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천세무비리사건'의 책임을 지고 취임 9개월 만에 하차했다. 27대 김용선(94년 12월 취임) 지사는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 동향파악'이 문제가 돼 불과 임기 석 달을 못 채우고 최단명으로 퇴임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런 '공관의 저주(?)'를 잘 알아서였는지, 2014년 6·4지방선거에 나선 남경필 후보는 "도지사에 당선되면 관사를 도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약을 내 걸었다.
그리고 그는 그 공약을 최우선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용인시 흥덕에 있는 한 아파트를 마련하고, 공관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4월 26일 오후 '굿모닝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도민들에게 개방했다. 그렇다면 공관 터에 대한 저주는 완전히 풀린 것일까?
최근 굿모닝하우스를 둘러본 풍수 전문가 조광(미르지리연구소 소장) 선생은 "풍수는 기본적으로 자연스러움을 최우선으로 치는데, 도지사 공관 자리는 산자락을 깎아 인위적으로 터를 다졌기 때문에 여기서 사는 사람이 생기(生氣)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특히 "대문은 서향(西向)으로 나 있는 반면 본관의 현관문은 억지로 남향으로 냈다"며 "향을 억지로 맞췄지만, 이는 산자락을 왼쪽으로 끼고 있는 형상이어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원칙에도 위배되고 바람 잘 날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관사 터가 아픔을 가진 대지 위에 세워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공관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좋은 일이 자주 생긴다면 이곳에 서린 한을 씻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