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가 결정됨에 따라 그가 이끌어온 '현대차號'가 과연 어디로 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정 회장이 신규사업과 투자 등을 결정해온 경영 시스템이어서 그의 구속으로 인해 '현대차號'가 표류하거나 최악의 경우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또 대행 경영체제가 운영되더라도 경영 활동이 상당부분 위축될 수 밖에 없어 그동안 '글로벌 톱5'를 향해 순항해온 그룹의 목표 수정이 불가피하고 속도는 한층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현대차그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글로벌 경영 차질 불가피=정 회장의 구속 수사 결정에 따라 향후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 회장이 신규사업과 투자 등을 직접 챙겨온 현대차그룹의 경영시스템이 정상가동할 수 없게 된 데다 현대차그룹의 신규사업 및 투자 등도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달간의 수사와 정 회장의 구속 등으로 현대차그룹에 대한 대내·외 신인도와 브랜드 이미지 등이 추락함으로써 향후 판매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는 지난달 13일 미국 조지아주와 2009년까지 12억달러를 투자해 조지아주웨스트포인트시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는 내용의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27일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검찰 수사에 따라 착공식을 내달 10일로 미뤘다가 최근에는 다시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현대차도 8억~10억유로를 투자해 체코 노세비체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건립, 2008년부터 가동키로 지난달 28일 체코 정부와 계약조건 체결에 서명한 데 이어 내달 17일 착공식을 가질 계획이었다가 최근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일단 이들 해외 공장 착공식은 정 회장의 공백에 따라 향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착공된다 하더라도 완공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룹내에서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투자에 한층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데다 이들 공장 건립에 내부 자금과 함께 현지 금융 차입 등을 통해 비용을 충당하려던 계획도 신뢰 추락으로 지연되거나 계획대로 차입하더라도 금리가 평소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최근 환율 상황이 급변하면서 미국에서 한국산 소형차 가격이 일본산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이 발생하는 등 악조건에서 해외공장 차질뿐 아니라 해외브랜드 이미지와 신인도 하락, 해외 딜러망 동요 등으로 인해 해외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현재 92만대인 해외공장 생산 능력을 2009년까지 300만대 정도로 늘려 해외생산 비중을 현재 25% 정도에서 50%로 높인다는 글로벌 경영에도 목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대형 프로젝트도 차질 우려=국내에서도 현대차그룹주요 계열사의 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먼저 현대제철이 정 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충남 당진공장일관제철소 건설계획도 표류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당진 일관제철소는 2011년까지 당진에 연산 700만t 규모의 고로 2기를 건설하는 것으로, 5조원 가량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정 회장의 공백에 따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추락 등으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국내판매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현대차의 3월 내수시장 점유율이 49.5%로 6개월만에 50%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계절적 요인 등에 따라 10~20% 증가해야 하는 4월에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최근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노조가 공동성명을 내고 임금동결강력 대응 등을 선언한 점 등을 감안하면 올해 주요 계열사의 노사관계도 예년에 비해 한층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밖에 최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지는 등 적대적 인수·합병(M&A)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경영권 공격에 대한 방어에도 나서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당장은 신인도 하락이나 경영 위축 등의 부작용은 나타나겠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향후 현대차그룹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지배구조도 전문경영인의 독립경영체제로 개선됨으로써 현대차그룹 경영이 오히려 호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현대차號' 어디로…] 표류 아니면 좌초?
입력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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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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