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3·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씨에게 이번 연휴는 '황금연휴'가 아닌 '지옥연휴'다. 맞벌이를 하는 부인이 직장 부서원들과 금요일(28일)부터 2박3일간 여행 겸 워크숍을 가면서 꼬박 이틀동안 12개월된 젖먹이 뒤치다꺼리며 집안 일을 도맡아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가사 부담을 부인과 나눠하던 처지라 서툴지 않은 김씨지만 그래도 모처럼 맞은 연휴때 하루종일 설거지며 청소, 우유먹이기에 매달리기는 쉽지 않았다.
김씨는 “직장생활 뻔히 아는 처지에서 다같이 가는 여행에 혼자만 빠지라고 할 수 있느냐”며 “어차피 1주일에 3일은 집사람이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하던 일이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2학년 딸을 둔 직장인 이모(39·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씨는 연휴 첫날 맞벌이를 하는 부인과 스승의 날 '월차' 여부를 놓고 심하게 다퉜다.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스승의 날인 15일에 쉬기로 결정, 둘중 한 명은 꼼짝없이 아이를 봐야 하는 것이다. 티격태격을 거듭하던 김씨는 계약직인 부인이 “도저히 (회사에) 휴가 낼 상황이 아니다”라며 강변하자 끝내 '항복'했다.
“월요일부터 월차내겠다는데 눈치가 안보이겠습니까? 그래도 같이 일하는 처지에 여자니까 무조건 양보하라고 할 수도 없고….”
맞벌이 부부가 시대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슈퍼우먼보다 직장인, 아빠, 남편 역할을 모두 잘 해야하는 슈퍼맨들이 늘면서 '슈퍼맨 아빠'의 비애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윤모(40·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씨는 “집에 일찍 가봤자 쉬기는 커녕 집안일 나눠 하는 것도 만만찮다”며 “할 일도 없는데 야근 핑계로 회사에 남아서 온라인 고스톱을 하다가 집에 가곤 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5월 가정의 달은 슈퍼맨 아빠들에게 그야말로 '죽음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일주일이 멀다하고 기념일이 있어 안팎으로 선물 챙기는 일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카드회사 CM송을 개사한 “아빠 돈버세요, 우리가 쓰잖아요~”라는 노래가 요즘 직장인들에게 낯설지 않다.
최근 삼성, 한화 등 일부 대기업들이 현장 방문과 가족여행 등 앞다퉈 직원들의 '기살리기'에 나선 것도 이같은 달라진 생활상을 반영하고 있다.
'깜짝방문' 이벤트를 열고 있는 삼성SDS측은 “일에 지친 아빠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기회”라며 “직원들에게 소속감과 일체감을 안겨 줄것”이라고 기대했다.
직장인·남편·아빠·아들 1인4역 "정말 버겁네"
입력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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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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