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새해의 시작은 언제일까? 양력 1월 1일, 아니면 얼마 전 지난 음력 1월 1일인 '설날'일까?
우리가 보통 1년이라고 할 때는 통상 '1 태양년'을 의미하며 이는 태양이 황도(黃道·태양이 한 해 동안 지나는 길) 상에 있는 춘분(春分)점에서 다음의 춘분점에 도달하기까지의 주기를 말하는 것으로 약 365.25일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매년 거의 고정적으로 돌아오는 춘분(양력 3월 21일)을 새해의 시작으로 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 천문학적으로도 의미가 크며, 기독교에서는 춘분이 부활절 계산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역법(曆法)상 매우 중요한 날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춘분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새해라고 믿는 양력 1월 1일은 천문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평범한 날에 불과하다. 해와 달의 위치나 모양이 아무런 특징이 없다. 반면 음력 1월 1일은 반드시 달이 없는 그믐 다음날이어서 새해의 시작이라고 믿을 수 있는 근거가 뚜렷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음력 1월1일을 새해로 인정하고, 설을 쇠는 풍습이 깊이 뿌리내려있다. 이와 함께 간지(干支)로 표기하는 경우 음력 설이 돼야 진정한 '정유년(丁酉年)'이 왔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흔히 사주팔자 볼 때 근거가 되는 명리학(命理學)에서는 새해의 시작을 24절기 중 하나인 '입춘(立春)'으로 본다. 그러니까 양력 2월 3일까지는 병신년(丙申年)이고 입춘인 2월 4일이 돼야 진정한 정유년으로 보고 띠도 '닭띠'로 계산한다. 가령 양력 2월 2일에 태어난 사람은 원숭이띠가 되는 것이다.
양력 1월 1일이 되면 많은 이들이 "영어회화 학원 다니겠다", "금연하겠다", "살 빼겠다" 등 각종 다짐들을 늘어놨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다시 정신차려서 "음력 1월 1일부터 하겠다"고 미뤄보지만 그 역시 흐지부지 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제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았다. 내일이면 또 다른 새해인 입춘이기 때문이다. 양력·음력 1월 1일을 놓친 사람들이라면 2월 4일 입춘을 진정한 새해라고 생각하고 본인이 이루고 싶은 결심을 다시 한 번 다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