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최대 정적(政敵)이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튿날인 2일 통합과 민생을 기치로 전국투어에 재시동을 걸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경남 남해와 진주를 잇따라 방문했다. 문 전 대표의 지방 투어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명절인 설 연휴 이후 처음이다. 경남 지역은 지난달 4일 이후 한 달 만의 방문이다.
지난달 31일 대권 플랜인 '양산구상'의 일단을 선보이며 사실상 대선 여정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주민센터를 방문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역설하고 전날 4차 산업혁명 시대 청사진을 제시한 데 이은 사흘 연속 강행군을 이어가는 셈이다.
반 전 총장의 낙마로 더욱 공고해진 것으로 평가되는 대선 레이스 초반의 '대세론'을 확산하기 위한 '광폭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우선 남해읍의 전통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 전통시장 활성화와 민생경제 회복 의지를 밝혔다. 민생경제가 박근혜 정부 들어 더욱 피폐해지고 최순실 파문으로 절정에 이르렀다고 보고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공략에 나선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시장 곳곳과 농협 등을 돌며 새해 인사를 건네면서 상인들에게 "전통시장을 꼭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진주 혁신도시에 있는 LH공사를 방문해 혁신도시 클러스터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혁신도시 시즌 2'로 표현되는 강력한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밝히고, 유관단체나 기업 유치를 통해 서부경남 지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문 전 대표는 "새로운 민주정부는 참여정부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발전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을 펴겠다"며 "정주여건과 대단지 클러스터를 만드는 부분을 지자체에 안 맡기고 중앙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나라로 가려면 역시 정권교체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문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통합'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선두 주자'로서 지금까지 해왔던 정책 중심으로 민심에 어필하겠다는 전략이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취재진에게 "이번 대선에서 영호남 모두로부터 지지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어느 지역에서 지지받으면 다른 지역에서 배척받았는데, 사상 처음으로 영호남 모두 지지받는 대통령이 되어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망국적 지역 구도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낙마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철학대로 기존의 행보 원칙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이 낙마했다고 해서 새롭게 무엇을 한다는 게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그러면서 "토끼는 상대를, 거북이는 목표를 본다"고 했다.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을 시도하는 정치세력을 토끼로, 문 전 대표를 거북이로 비유한 것이다. 그는 "정권교체와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대의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왔던 길을 변함없이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행보만이 문 전 대표의 약점으로 거론됐던 외연 확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라는 게 문 전 대표의 의중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이해타산이 아닌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이념·세대·지역을 뛰어넘는 통합적 리더십을 목표로 한 행보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며 "정책 비전 발표와 인재영입, 선대위 구성 등을 통해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국민의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제부총리를 역임하고 지난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내는 등 김대중 정부의 상징적인 인사인 호남 출신의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캠프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