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대선 레이스를 중도 포기하면서 범보수 진영에서 새롭게 주가를 올리기 시작한 두 주자가 있다. 바로 바른정당 소속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다.

반 전 총장이 중도하차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범보수 대선주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컨벤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한 두 사람에게 '모처럼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사실 두 주자의 지지율은 야권 주자들에 비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각종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유 의원 지지율은 3∼5%에 그치고 있고 남 지사는 2%를 밑돈다.

최순실 사태 이후를 거치며 사실상의 대세론을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커녕 안희정·이재명·안철수 후보로 이어지는 중위권 그룹에도 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번 기회에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보수 진영이 다른 대안을 찾을 공산도 적지 않다.

당장 '반기문 불출마' 변수 속에서 지지율 10%를 돌파한 황교안 권한대행이 링에 언제든지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고, 과거 한 때 지지율 1위를 기록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재등판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판국이다.

두 사람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이들에게 출마의 명분을 제공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양 진영은 절박한 심정으로 지지율을 반등을 위한 필승의 전략을 짜내기 위해 고심 중이다.

◇ 유승민…방송출연·정책·보수통합론 '3트랙' 전략 = 유승민 의원 측은 방송출연·정책발표·범보수 후보 단일화 등 3가지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설 연휴 전까지 새벽 인력시장 방문, 워킹맘 자장면 토크, 일일 책 판매원 체험 등 바닥 다지기에 주력한 유 의원은 설 연휴 이후 방송출연 빈도를 급격히 늘리며 대중과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5일간 JTBC '썰전', 연합뉴스TV '뉴스1번지', TV조선 '박종진의 라이브쇼' 등 7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참모가 써준 답을 외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막힘없이 말하는데 이는 내공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라며 "방송에 비친 모습을 보고 유 의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권 후보 중 유일한 경제 전문가인 점을 살려 다양한 경제 정책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 의원은 이미 대선 공약 1·2호로 '육아휴직 3년법', '칼퇴근 보장법'을 발표했으며 5일 창업 지원책을 대선 공약 3호로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내세워 보수진영 '집토끼'의 마음을 얻기 위한 행보에 들어갔다.

그간 유 의원은 새누리당을 '가짜 보수'로 규정하며 각을 세워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불가능하더라도 새누리당을 포함한 범보수 세력의 후보 단일화는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로 보수 세력이 위축된 데 이어 복수 후보로 분열되기까지 하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범보수 후보 단일화' 이슈를 선점해 정통 보수층의 지지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 남경필 "정권교체 넘어 세대교체해야" = 남경필 경기지사 측은 야권이 드라이브를 거는 '정권교체'에 맞서 '세대교체'를 내걸고 대선 프레임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1965년생 50대 초반의 나이로 여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주자 중 가장 젊다는 점을 앞세워 '젊은 리더십'을 통한 '대한민국 리빌딩'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도지사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연정을 중앙정치에도 접목해 시대적 화두인 '협치'를 이뤄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남 지사 캠프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 때문에 아직 국민이 정권교체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게 사실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여론이 미래지향적으로 눈을 돌릴 변곡점이 한 번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 지사가 그동안 다른 주자들에 앞서 적극적으로 모병제·한국형 자주국방·사교육 폐지·세종시 수도 이전 등의 화두를 던지며 이슈 선점에 매진한 이유도 이런 맥락이라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다른 대선주자와 달리 도지사직을 겸하며 당내 경선을 준비해야 하는 까닭에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누비기보다 방송출연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버스킹(거리공연) 형태 등 보다 효과적인 채널을 통한 '공중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남 지사는 이를 통해 사생활을 공개하는 등 대중과의 친밀감 높이기에도 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그는 KBS 토론회에 출연해 이혼과 아들의 군부대 내 폭행·추행 파문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가 하면, 페이스북에 "이사하는 날입니다. (집주인이) 도지사 4년 동안 전세 살게 해주신다더니, 집이 팔렸다네요"라고 쓰는 등 대중 친화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