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지방법원, 행정명령 막아도
향후 연방대법원 보수화 된다면
미국 우선주의 한국에 '일파만파'
조속 탄핵·대선으로 헌정 정상화
트럼프 광풍 막아낼 돌파구될것

미국의 대학들도 비상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동료들이 6개월 동안은 해외활동에 대해 자제를 권하고 있다고 했다. 그와 한참 동안 통화를 하면서, 1950년대 미국을 광풍으로 몰아갔던 매카시즘의 시대를 생각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동포들은 얼마일까. 재외동포재단의 자료에 의하면 2014년 말 기준 미국 재외동포는 전체 223만8천989명이다. 그 가운데 시민권자는 141만4천875명, 영주권자 42만6천838명, 일반체류자 29만7천714명, 그리고 유학생은 9만9천562명이다. 문제는 20만 명 내외로 추정되는 한국인 불법 체류자들이다. 그들은 트럼프 정책에 따라 강제로 추방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 체류자와 유학생들도 불안하다. 트럼프가 이민자를 규제하지 않는 도시에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형태의 불복이 진행되고 있다. LA시의회는 불법 노점상을 운영하다 추방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합법적 영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또한 관련 소송들도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연방지방법원은 수정 헌법 1조 등을 논거로 행정명령에 급제동을 걸었다.
문제는 향후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각종 정책에 대해 어떻게 최종판단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는 사망한 스칼리아 후임으로 고서치(49) 판사를 종신직 대법관에 지명했다. 물론 민주당은 그의 인준 표결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외형적으로는 연방대법관의 임명을 둘러싼 투쟁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의 헌법과 연방대법원이 향후 30년간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
만약 그가 상원의 인준을 받게 되면 대법원은 보수 우위 체제가 수립된다. 트럼프에게 유리한 각종 판결이 내려질 확률이 높다. 문제는 더 있다. 진보인 긴즈버그(83)와 브라이어(78) 그리고 보수인 케네디(80) 대법관도 고령으로 트럼프 임기 중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법원의 보수화는 사형제도, 낙태, 동성결혼, 총기규제, 마리화나, 종교의 자유 등에 다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미 기후변화, 이민자, 의료보험 등에 관한 오바마 정권의 정책들은 폐기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정책변화 등으로 혼란과 대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트럼프의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40%대 이른다. 하지만 공화당이 의회와 연방대법원까지 장악한 상황에서 과연 트럼프가 탄핵 소추를 받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트럼프가 쏟아내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이 일파만파다. 트럼프에게 있어 타국의 경제와 안보 그리고 인권은 그를 위한 희생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입국금지 조치에서 나타난 것처럼 반드시 우리도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혈맹의 나라라고 열을 올려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국방장관은 한일 동시 방문을 통해 중국과 북한에 트럼프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드와 북한 핵이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라는 점도 각인시켰다.
만약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가 현실화된다면 한반도는 파국적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한반도에 과거와 전혀 다른 트럼프의 광풍이 몰려오고 있다. 그 광풍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조속한 탄핵의 결정과 대선으로 헌정체제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그나마 광풍을 막아내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매번 법원의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청와대에 한마디 말도 없는 대법원장에게 묻고 싶다. 우리의 사법부는 어떤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 그리고 '대통령도 헌법 아래에 있다'며 트럼프 정책에 급제동을 건 연방지방법원을 보면서 생각한다.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가치와 권력분립의 헌법정신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