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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학교수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 사정이 요즘 아주 복잡하다. 무엇보다 이른바 시흥 캠퍼스 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학내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시흥 캠퍼스라 해서 지도를 보니 지금 이미 개발된 송도랑 아주 가깝게 보이던데, 여기에 새로운 캠퍼스를 짓겠다는 것이다. 학내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학생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고 급기야 총장실 점거로까지 이어졌다. 학교 행정관, 이른바 본부가 장기간 점거되어 있으니 비상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학생을 징계한다, 징계절차를 정지한다 하는 얘기들이 이어지고 급기야 학생들 의견을 받기 위해 학교 이사회에 학생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말도 들린다.

캠퍼스 개발을 당장 철회하면 사태는 종료되겠지만 대학측은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이고 시흥시와 무슨 협약까지 체결한 상태에서 물리기도 쉽지만은 않다. 시흥시 쪽에서도 개발 기대 심리가 좌절되는 데 따른 반발을 우려할 만하다. 학교측은 학생들을 회유하기 위해 학년 단위 이주계획은 세우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태 진정은 아직 멀어 보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필자는 서울대가 법인화를 추구할 때 상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학장단에서 당시 집권당을 찾아가 법인화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하자 예산안 '날치기' 하던 날 같이 통과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법인화에 따른 부수 대책을 아무것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만 통과되자 당장 국유 재산 처리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 나라 재산인데 서울대가 국립대학인지라 위탁 관리되던 것을 환수하겠다고 하고 못 돌려주겠다 하는 논란들이 일었다. 교수들도 신분 변동에 따른 여러 진통을 겪어야 했다. 연금도 옮기고 알게 모르게 줄을 따지고 위의 눈치도 보는 것 같은 분위기도 나타났다. 법인화를 했다고 예산이 그다지 절감된 것 같지도 않고 학교 운영이 효율화된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에 이사회라는 것이 생겨 나라에서 반을 임명하고 총장도 간선제로 바뀌어 교수와 학생의 의사 참여, 결정권이 현저히 제약되었다.

이런 상태로 몇 년이 흘렀지만 이런 부작용에 책임을 느끼고 표명하는 사람은 없다. 여기에 이번에는 캠퍼스를 하나 더 만들겠다는데 여전히 충분한 의견 수렴은 없었던 것 같다. 어디까지가 의견 수렴이고 얼마나 해야 충분하다는 말이냐? 이런 반문의 소리가 당장 들려오는 듯하다. 말만 많고 반대만 하는 건 딱 질색이라고, 자신은 마치 말없이 실행력만 갖춘 사람인 듯 질책하려 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볼 때 바로 이런 게 비정상이다.

논의를 조금 확대 시켜보면, 지난 몇 년 간 현 정부가 해온 행정 양태가 이에서 전혀 다르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재단을 설립한다고 하고 싫은 말 안하는 공무원들 시켜 하룻밤 사이에 서류 만들게 하고 도장 찍게 하고 접수시켜 통과시켜 버린다. 사업에 걸림돌이 될 만한 사람은 무슨 빌미를 달아서라도 내려보내고 쫓아내고 찍어서 내치고 말 잘 듣는 사람, 출세에 눈먼 사람, 눈치 잘 보는 사람, 하자 있어 부리기 좋은 사람만 끌어다 부역을 시킨다. 사회 전반적으로 말 못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블랙리스트로 공포, 강압에 복속할 것을 요구한다. 니편 내 편, 아군 적군, 좌익 우익, 보수 진보, 영남 호남식으로 국민들을 양분하고 몰아붙여, 한밤에 전짓불을 들이대고 누구 편이냐 따져 묻고 처분한다.

국민들 말을 한 사람 한 사람 다 들어줘야 한다는 말이냐? 하는 힐난성 반문을 하는 사람과, 도대체 어디까지 의견을 수렴하란 말이냐? 하고 따지는 사람들의 심리는 똑같다. 그럴수록 최소한의 말도, 의견도, 요청도 듣지 않고 원래 하고 싶은 대로, 작정한 대로 밀고 나가다 걸리적거리면 내치기 일쑤다.

현재의 우리 사회, 정말 많은 곳이 비정상이다.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 없이 숱한 자리가 비어 있는 채 대행에 대행으로 때워 나가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행태가 위에서 아래까지 만연해 있다.

이런 가운데, 그래도 시간은 흘러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마무리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정말 비정상을 끝내야 할 때다. 모든 일을 함께 의논하고 조정하여 반대하는 사람도 함께 일을 만들어가는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