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의 평택지역 확장 이전을 놓고 지난 2년간 계속돼온 '대치' 상황이 4일 마침내 막을 내렸다. 동이 트면서 시작된 경찰과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은 불과 12시간만에 대추분교 장악과 미군기지 이전부지에 대한 철조망 설치가 끝나면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극도의 긴장감 속에 '전쟁터'같은 상황이 연출되면서 500여명에 이르는 연행자와 200여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시골의 한 작은 학교에서 시민단체와 주민들에게 '성지'로 인식된 대추분교도 37년의 짧지않은 역사를 뒤로 한채 이날 완전히 허물어져 내렸다.
●오전 4시30분=경찰 115개 중대 1만3천여명이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입구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오전 2시께 경찰과 전경을 실은 차량들이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안성IC로 진입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면서 대추분교에 운집해 있던 시위대 1천여명의 손길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대추분교 1㎞ 전방 진입로에 트럭과 봉고차 약 30여대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한편 길목마다 40~50명씩 무리를 지어 '육탄 방어'를 다짐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고조됐다.
●오전 5시50분=경찰 병력 2천여명이 8m 너비의 진입로를 중심으로 논두렁을 포위한 채 시위대 본부가 설치돼 있는 대추분교 방향으로 천천히 진입하기 시작했다. 시위대 100여명도 죽창으로 무장하고 경력과 대치했으나 서서히 뒤로 밀리기 시작했고 경찰은 시위대의 퇴로를 제외한 논두렁을 모두 장악했다. 밀고 밀리는 실랑이 끝에 진입 1시간만인 오전 6시 50분 경찰은 대추분교 울타리를 완전 봉쇄했고 1천여명의 시위대는 울타리를 경계로 외부와 완전히 고립됐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500여명은 인근 농로와 골목길을 통해 대열을 이탈했고 나머지는 대추분교 건물로 들어가 전열을 가다듬었다.
●오전 7시30분=군은 UH-60헬기 15대를 동원, 철조망을 투하했고 공병대는 보병과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대추리 일대에 말뚝을 박고 철조망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오전 9시20분=경찰 1천여명이 물대포와 연막탄을 잇따라 쏘며 대추분교 정문과 측면에서 일제히 진입을 시도했다. 학교내 500여명의 시위대는 죽창을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경찰은 진입 10분만에 대추분교 운동장을 완전 장악했다.
●오전 9시45분=경찰이 대추분교 뒷마당에 전격 진입했다. 이곳은 100여명의 한총련 등 대학생 중심의 젊은이들이 밀집해 있던 곳이었고 이날 시위 진압과정에서 가장 격렬했던 '전투'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에서 80여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시위대는 대추분교 2층 건물에서 연탄을 던지고 죽창으로 찌르는 등 격렬히 저항했지만 경찰은 15분만에 뒷마당을 점령, 학교 건물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100여명의 시위대 부상자와 후송자들이 대열에서 이탈했다.
●오후 1시=대치 상황이 지리하게 이어졌다. 임종인 의원(열린우리당)과 천영세(민주노동당) 의원이 “시위대와 면담을 하겠다”며 문정현 신부 등이 있는 건물위 지붕으로 올라가 시위대와 합류했다.
●오후 1시30분=두 줄기의 물대포를 신호탄으로 경찰 34개 중대가 건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사수대 30여명이 건물 계단에서 저항했으나 차례로 연행됐다. 오전에 대열에서 이탈했던 시위대들이 다시 돌아와 대추분교로의 진입을 시도했지만 진입로를 지키고 있던 경찰에 막혔다.
●오후 3시=2층에서 연좌농성중이던 시위대 400여명이 차례로 연행됐고, 1시간여 뒤에는 마지막까지 지붕에서 시위를 벌이던 문정현 신부와 임종인 의원, 천영세 의원 등이 시위를 풀고 내려오면서 사실상 이 날의 대치상황은 종료됐다. 그리고 오후 5시30분 대형 굴착기가 대추분교 건물을이 완전히 철거했다.
/취재팀
대추리 일대는 '전쟁터' 였다
입력 2006-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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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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