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서류 전형 낙방…"
취업희망자 불법청탁 유혹
'勞 길들이' 사측 적극 협력
신체검사·학교성적 올리기


한국지엠 노조가 뒷돈을 받고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수 있었던 것은 사측의 조직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취업 브로커가 노조 집행부와 사측에 취업을 청탁하면 사측은 간단한 점수 조작으로 합격자 명단을 좌지우지했다.

2015년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규직 채용에 응시한 A씨는 서류 전형에서 신체검사 점수가 -15점이었지만, 노조 측에 돈을 건네며 채용을 청탁하자 점수가 -5점으로 10점 올라갔다.

노사부문 인력관리팀 실무자가 부사장으로부터 A씨를 합격시키라는 지시를 받고 점수를 마음대로 조작한 것이다. 비교적 조작이 간단한 학교 성적 점수도 제멋대로 바뀌었다.

2012년 채용자 B씨는 서류 전형 통과 뒤 면접에서 '커트 라인' 아래에 머물렀지만, 채용 청탁을 한 덕에 '부서장 추천'이라는 명목으로 점수가 급상승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불법 청탁 외에는 정규직 전환이 낙타 바늘귀 통과만큼 어려워지자 정상적으로 응시했던 취업 희망자들도 불법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2006년부터 9번 넘게 채용에 탈락한 C씨는 한국지엠 식당에 근무하는 외숙모를 통해 사내 취업 브로커를 접촉했다. C씨는 2015년 부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 4천200만원을 외숙모를 통해 취업브로커에게 건네고 정규직이 됐다.

D씨도 환경미화원인 이모를 찾아가 사정 끝에 돈을 빌려 취업브로커에게 7천만원을 주고 정규직에 채용됐다.

청탁금은 친분 관계에 따라 수백만~수천만원을 호가했다. 정규직이 되면 연봉이 2배 이상 올라가고 각종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꺼이 브로커에게 돈을 건넸다.

한 정규직 채용자는 검찰 조사에서 "8년간 정직하게 관련 자격증도 따는 등 노력을 했음에도 한 번도 서류전형에 합격한 적이 없었다"며 "결국 돈을 쓰지 않고는 합격하지 못할 것을 깨닫고 돈을 쓴 것이다"고 자백했다.

한국지엠은 노사부문, 생산부문, 기술개발부문, 품질부문 등 17개 부문으로 구성됐는데, 생산직 정규직 채용은 인사부문이 아닌 노사부문이 담당했다. 채용권한을 빌미로 노조와의 원활한 관계를 노린 것이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