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901000672600031791

새로운 기술 접목 '독특한 즐거움' 창출
스마트폰만으로 콘텐츠 이용 가능 매력
기술이 기술 발전시키는 퀀텀시대 도래
자동차 자율주행·기후변화예측등 주목


'포켓몬고'가 출시된 지 6개월 만에 국내에도 착륙하면서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기술도 실생활 속에 들어와 자리 잡는 모양새다. '포켓몬 고' 이용자들은 길을 가다가 시도 때도 없이 휴대전화 화면을 조작하며 좋아하고 놀라며 때론 아쉬워한다. 덕분에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를 넘어 희로애락(喜怒哀樂) 등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도구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증강현실 기술은 이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있었다.

입체적으로 보이는 '트릭아이(Trick Eye)'에 증강현실 기술을 녹여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 '트릭아이뮤지엄(Trick Eye Museum)'이나 휴대전화의 카메라로 특정 페이지를 비추면 공룡 등의 모습이 보이는 어린이 학습용 '캐릭터북' 등은 이미 유용한 문화콘텐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도 이미 10여년 전부터 출시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전용 카메라로 플레이어의 행동을 촬영해 실제 게임에 반영한 '아이토이' 시리즈다.

이 게임은 이후 모바일 시대로 들어서면서 보드게임 형식과 융합됐는데, 그간 카드로만 즐겼던 보드게임에 증강현실 기술이 더해지면서 이용자가 느끼는 효과를 배가했다. 이처럼 여러 시도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는 증강현실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들이 이렇다 할 흥행을 기록하진 못했다. 꼭 필요한 융합을 이루지 못한 것이 이유다.

가상현실로 되살아난 에버랜드 '우주관람차'
에버랜드를 찾은 관람객들이 VR 기기를 쓰고 우주관람차를 이용하는 모습. /연합뉴스

# 시대적 흐름, 소프트웨어 간 융합(Convergence)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융합기술은 전문 대학원 과정까지 생길 정도로 중요해졌다. 중요성이 꾸준히 강조돼 온 덕에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 되고 있으며, 융합의 종류도 시간 흐름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인간의 오감 중 청각적 도구(전화기)와 시각적 도구(사진기)의 융합으로 이른바 카메라폰이 탄생한 것처럼, '하드웨어-하드웨어 간 융합'이 디지털시대 초기인 1990년대 중후반의 융합기술을 주도했다. 이 기술은 현재 4D 영화관처럼 청각과 시각 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등까지 융합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후 나온 것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간 융합'이다. 이는 기존에 있던 도구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기술인데, 대표적으로 블루투스(Bluetooth)를 들 수 있다. 휴대전화·노트북·이어폰 등의 휴대기기를 서로 연결해 정보를 교환하는 근거리 무선 기술인 블루투스는 불필요한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는 효과를 거둬냈다.
블루투스 기술은 접촉이 필수적이었던 '연동(連動)'의 개념을 바꾼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뤄진 것이 '소프트웨어-소프트웨어 간 융합'이다. 이 기술은 최소한의 하드웨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프트웨어화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계산기, 가계부, 맥박측정기, 녹음기 등을 모두 모은 스마트폰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장 급속도로 적용된 기술이지만, 사용자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융합은 이미 카메라폰이 나오기 이전부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소프트웨어 간 융합임에도 '포켓몬고'가 흥행의 바람을 일으킨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신(新)기술 간 융합이다. '포켓몬 고'는 디지털시대 이후 새로 나온 기술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와 '증강현실'의 융합을 통해 탄생했다.

'포켓몬 고'의 이용자들은 누구나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만으로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됐다. 안경을 쓰거나 이동이 불편한 도구에 의존해야 하는 등 그간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용자가 겪는 번거로움을 최소화한 것이다.

지스타 개막…가상현실 게임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에서 관람객들이 가상현실(VR) 게임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 기술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퀀텀(Quantum) 시대가 온다


소프트웨어 간 융합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간 기술이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퀀텀기술이 그것인데, 대표적으로 인간을 이긴 소프트웨어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를 꼽을 수 있다.

알파고는 예상을 뒤엎고 인간계 최강 이세돌 9단에게 4승1패로 승리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개발자가 아는 범위 외의 수많은 사례까지 놀라운 속도로 습득하며 사실상 '스스로 발전'한 데 있다. 기술 스스로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학습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개념이 물리학에서 말하는 '퀀텀 점프(Quantum Jump)'로, 대약진 또는 비약적 발전을 의미한다.

퀀텀기술은 기본적으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 기술을 이용하면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스스로 자동차 간 운행 정보를 수집해 사고위험을 최소화하는 '자율주행', 기후정보를 파악해 자연재해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기후변화예측', 혈압·심박수 등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집해 정책결정까지 도출하는 '블록체인(Block chain)' 등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정·재계를 막론하고 모든 분야에서 퀀텀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여러 첨단 기술이 융합을 통해 발전하며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생긴다는 의미로 '4차 산업혁명'의 바람도 불고 있다.

미래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도가 밀려오고 있고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힘들어 지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가 어느 지점에 와 있고 미래에 어떤 변화가 예측되며 우리 정부와 산업 각 분야에서 어떤 계획을 갖고 대응하는지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