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포켓몬고 삼매경에 빠진 젊은이들. 포켓몬고 국내 출시 이후 폭팔적인 인기로 이용자가 700만명에 육박하면서, 공원이나 유명 관광지 등에서 포켓몬고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말이면 가족들이 함께 공원에서 포켓몬고를 즐기는 등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모은다. /경인일보DB

야외 직접 돌아다니며 캐릭터 포획
자연스레 운동유도 '일석이조' 효과
출시 2주만에 이용자 700만명 육박

아이템획득 명당 '포세권·성지' 명성
인근 음식점·커피숍등 즐거운 비명
GPS조작·봇 이용 부정행위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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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가 지난달 말 국내에 출시된 뒤 전국이 포켓몬고 열풍에 휘말렸다. 출시 2주가 지나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인기는 포켓몬고가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 '국민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음을 실감케 한다.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설 연휴 이후 지난달 30일부터 6일 간 전국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2만5천426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약 695만명이 포켓몬고를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출시 첫 주보다 이용자수가 4만 명 가량 줄었지만 아직도 700만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포켓몬고는 양대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에 이어 국내 게임 부문 매출 2위를 달리고 있다. '포세권(포켓몬+역세권)', '포수저(포켓몬+금수저)', '포케코노미(포켓몬+이코노미)' 등 신조어들도 만들어질 만큼 포켓몬고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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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경제를 좌우하는 포켓몬고


포켓몬고는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한 증강현실 게임으로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스토리를 따라 간다. 게임 이용자가 직접 포켓몬스터 주인공인 '지우'가 돼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나타나는 몬스터를 잡아 육성하는 방식이다.

포켓몬고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포켓 스톱'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켓 스톱은 포켓몬고 이용자가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몬스터 볼을 비롯한 아이템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포켓 스톱이 밀집해 있는 지역은 '포켓몬고 성지'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포켓몬 성지는 공원이나 주요 유적지, 문화 시설 등에 집중 돼 있는 경우가 많다. ┃표 참조

포켓몬 성지로 알려지는 지역은 단숨에 사람들의 발길이 몰리는 인기지역으로 떠오른다. 포켓몬고 출시 이후 전국 곳곳이 포켓몬 성지로 떠올라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경기남부지역에서 손꼽히는 포켓몬 성지로 떠오른 수원시 효원공원의 경우 매일같이 밀려드는 인파에 주변 식당과 편의점 등이 대박을 맞았다. 출시 첫주 주말에 효원공원 일대 편의점의 물건이 동이 났다는 말이 돌만큼 손님들이 밀려들었다.

이 점을 착안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과 포켓몬고의 영향을 받는 업체들은 재빠르게 포켓몬고를 이용해 관내 유명 시설 알리기에 나섰다.

수원시(효원공원, 올림픽공원, 수원 화성 등), 시흥시(오이도, 월곶, 갯골생태공원), 이천시(설봉공원, 온천공원) 등은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동원해 여러 관광지들을 포켓몬 성지로 소개하면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음식점, 카페도 '포켓몬고 마케팅'을 이용한 고객 유치 전략에 적극적이다.

포켓몬고를 즐기는 이모(31) 씨는 "이제는 여행 계획을 짤 때도 포켓몬 성지가 어디에 있는지 살피게 된다"며 "포켓몬을 잡으면서 주변 경치도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여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포켓몬고가 만들어낸 신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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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풍경을 연출해내고 있다. 게임의 특성상 야외에서 이동하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평소 점심식사나 휴식시간에 사무실이나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던 직장인들은 포켓몬고 출시 이후 근처 공원이나 거리를 '걸으며' 시간을 보내게 됐다. 포켓몬을 잡으러 돌아다니는 것이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낸다는 것이 포켓몬고에 빠진 사람들의 주장이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은 포켓몬고는 가족들이 함께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야외활동을 하는 '효자 노릇'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주말에 공원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잊혀졌던 아이와 부모간의 대화도 포켓몬고를 매개로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포켓몬고의 열풍은 온라인에도 휘몰아쳤다. 포켓몬고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다. 어느 곳에서 어떤 포켓몬이 잡히는지부터 게임을 즐기는 방법까지 다양한 것들이 공유된다.

게임의 특성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는 것보다 실시간 정보를 얻는 것이 더 효과적이어서, 실시간 단체 채팅을 활용하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단체 채팅방에는 자신이 어디서 어떤 포켓몬을 잡았는지 올리는 등 포켓몬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이 교환된다.

# 포켓몬고 열풍 지속 가능할까…'공정성'이 중요

게임 이용자들은 포켓몬고의 인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공정성'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포켓몬고는 게임 캐릭터의 레벨 상승과 비례해 강하고 희귀한 포켓몬이 출현하게 돼 게임 초반에는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 지역마다 자주 출몰하는 포켓몬의 종류가 다른 만큼 많이 움직이고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고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들은 이런 게임의 '룰'을 어겨가면서 남들 보다 '빨리' 게임을 즐긴다. 대표적인 수법이 GPS(위치정보)를 조작하는 방법이다. GPS를 조작해 게임 속 캐릭터를 포켓 스톱이 많은 곳으로 옮긴다거나 희귀 포켓몬이 출몰하는 지역으로 옮겨 게임을 한다.

또 이용자가 게임을 하고 있지 않아도 자동으로 게임이 돌아가게끔 하는 '봇(bot)'을 이용하기도 하며, 포켓몬 계정 자체를 '사고 파는' 거래를 하기도 한다.

게임 내에서 공정하게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이용자를 걸러내는 장치가 작동하고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자정 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포켓몬고를 즐기는 한 이용자는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이러려고 고생을 하고 다녔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포켓몬고도 누구나 공평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인기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