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은행권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까지 위기에 몰리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무주택서민들에게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까지 집단대출이 막히면서 입주자들의 중도금 처리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14일 LH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동탄 A44블록(859세대, 85㎡이하), 시흥 은계 B2블록(835세대, 85㎡이하), 하남스윗시티 B7블록(934세대, 85㎡이하), 호매실 A7블록(700세대, 60㎡이하)·B2블록(999세대, 85㎡이하) 등 도내 주요 택지지구에 무주택서민을 대상으로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했다.

하지만 1차 중도금 납부 시기에 즈음해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들 아파트가 중도금을 집단대출 해줄 은행을 찾지 못해 당첨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에 LH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중도금 1차가 도래된 동탄A44블록과 호매실A7블록에 대해 중도금을 1차례 유예하고, 수차례 중도금 집단대출 공고를 내고 있지만 아직 어느 은행도 나서지 않고 있다.

심지어 오는 10월 1차 중도금을 내야 하는 감일스윗시티는 입주자 공고문에 '금융권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로 인해 현재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문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LH는 무주택자 공급에 한해서라도 대출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당첨자는 중도금 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굳이 내지 않아도 될 연체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 사업지구 및 단지에 따라 연체율은 다르지만 1개월 이내가 7%대, 3개월 이상은 10%대다.

LH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자체적으로 연체이자 없이 중도금 기한을 한 차례 유예하는 극약 처방을 내놨다.

그러나 은행권은 개별 은행별 대출기준 한도 때문에 공공주택 중도금 집단대출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혀, 유예된 기한이 지나도 집단대출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 들어서는 은행들이 집단대출 금리까지 높이고 있어 LH와 입주예정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LH 관계자는 "공공분양의 경우 입주까지 보통 1년 6개월이 소요되고 저금리의 중도금대출을 통해 내집을 마련해왔다"며 "지금 같은 대출규제가 이어지면 결국 집 없는 서민은 집을 사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어, 서민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