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영화 '암살'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김구가 주도한 암살 작전이 줄거리였고 타깃은 조선주둔군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川口護)와 친일파 강인국이었지만 김구 역시 1949년 육군소위 안두희 총탄에 암살됐다. 2013년 미국영화 'Zero Dark Thirty 2012'도 9·11 뉴욕테러 주범 오사마 빈 라덴 암살 작전 영화로 캐서린 비글로(Bigelow)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지만 실제로 빈 라덴은 바그다드에 침투한 미군에 암살됐다. 암살하면 중동이다. 파이잘 사우디 국왕, 와스피 텔 요르단 총리, 모하메드 라자이 이란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모하메드 부디아프 알제리 대통령이 모두 암살됐고 1980년대에만 3명의 레바논 대통령과 총리가 암살됐다. 악명 높은 암살 공작조라면 단연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 모사드(MOSSAD)다. 앙숙인 이란 국가정보부(MOIS)와의 대결에서 백전백승, 이란 과학자 5명도 암살했지만 이란의 이스라엘 요인 암살은 번번이 실패했다.
암살기도를 가장 여러 번 당한 인물은 작년에 사망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다. 미 중앙정보국(CIA)에 의하면 638회나 암살기도를 당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래도 용케 90까지 살았다. '암살'을 일본에선 '도살(盜殺:토사쓰)'이라고도 한다. 목숨을 훔치듯 몰래 죽인다는 거다. 암살이 주 업무인 공작원의 '工作'도 중국에선 지하공작 등 나쁜 뜻보다는 일, 업무(꿍쭈어) 등 좋은 뜻으로 많이 쓰이고 '망명'이란 말도 중국에선 '도명(逃命:타오밍)'과 '유망(流亡:류왕)'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해외로 떠돌던 비운의 북한 황태자, 그 쫓기던 망명객 김정남을 암살한 공작조가 두 여자였다니 상상 밖이다. 얼마나 사악한 요귀들이기에 천지인(天地人)이 공로할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는 건가.
김정남은 그 이름 '正男'처럼 바른 생각으로 바르게 산 사나이다. 2012년 김정은 정권 시동과 함께 출간된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에서는 시대착오적인 3대 세습체제를 서슴없이 비판했고 '개혁개방을 해야 인민을 살린다'며 간곡히 호소, 권고했다. 그런 형을 해친 희대의 살인교사범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고 그게 세상사 순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