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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며칠 전 연중기획(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 취재를 위해 아흔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1929년 평안북도 용천군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전쟁 때 남한으로 왔다. 거제도와 부산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1953년 6월 '반공포로 석방'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지 사흘 정도 지나니까 설사가 나더라고. 포로수용소에서 먹던 음식과 사회 음식이 다르니까니. 어머니에게 '배가 좋지 않다'고 하니까 사이다 2병을 줘. 별 그려져 있는 거 알지? 반병을 먹어도 배부른데, 한 병 다 먹으래. 어머니가 그러더라고 '설사는 사이다가 직효(즉효의 북한어)다'. 감기고 뭐고 사이다가 만병통치래."

어머니는 사이다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긴 것이다. 인터넷에서 설사와 사이다의 연관성을 검색해봤다. 사이다와 콜라 등 탄산음료는 설사를 멈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글이 많았다.

요즘 인천 구도심에선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는 것이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 바로 '뉴스테이'(New Stay)다. 뉴스테이는 임대료 상승률이 연 5% 이하로 제한된 상태에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주택으로, 중산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주거혁신정책이다. 인천의 경우, 주거환경개선·주택재개발 등의 도시정비사업과 뉴스테이 공급을 연계하는 방식이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장기간 중단된 도시정비사업을 뉴스테이로 돌파하겠다는 게 인천시 전략이다. 최근 인천시는 사업성 부족 탓에 10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사업'도 뉴스테이와 연계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스테이 사업 성공으로 인천의 구도심이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데 십정2, 십정5, 부평4, 송림, 송림1·2동, 송림 현대상가, 금송,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구역 등 뉴스테이 공급 물량이 너무 많다.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뉴스테이의 사업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점도 있다. 뉴스테이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크다는 점에서 사업 무산이 또 다른 상처로 남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재정비촉진사업을 '뉴스테이'(민간)에게 미루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