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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의 일본 친구가 고미 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편집위원이다. 그가 지난 17일 도쿄 유라쿠초(有樂町) 일본외국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 김정남을 말했다. 비운의 황태자 배거번드(방랑자) 김정남과의 첫 만남은 2004년 베이징공항이었고 마카오와 베이징에서 3회, 도합 7시간 인터뷰했다. 그 후에도 전화와 150통의 e메일로 친교를 다졌고 '아버지 김정일과 나 김정남의 고백'이라는 책을 낸 건 2012년이었다. 그는 '김정남은 북조선 권력세습이 사회주의 체제에 안 맞고 지도자는 민주적으로 선출돼야 하며 중국식 경제 개혁개방만이 인민을 살리는 길이라는 등 체제 비판에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김정남은 9살 때 스위스 제네바에 유학, 20세에 귀국해 김정일과 함께 북한 전역을 시찰했고 한 때 후계자로 인정받았지만 김정은에 밀려났다고 했다. 그가 방탕한 남자라는 건 잘못된 소문이었고 예의바르고 지적이었다고 전했다.

고미 요지가 기자회견을 한 17일 말레이시아 화자(華字)신문 '中國報'와 '東方日報' 등은 사망 직후의 김정남 사진과 함께 '독살사건(毒殺案) 주모자로 보이는 47세 북한여권 소지자 리정철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LOL(laugh out loud→크게 웃다) 셔츠의 베트남 여자(28)와 25세 인도네시아 여성에 이어 세 번째 검거였다. 하지만 그곳 북한대사 강철은 북한의 범행을 잡아뗐고 '남조선과 말레이의 공모 운운'했다. 더욱 한심한 건 중국의 언론규제다. 지난 15일 중국 당국의 보도규제 지침은 ▲국영미디어 기사만 전재(轉載)한다 ▲정보원(源)은 말레이시아 보도를 인용한다 ▲인터넷 판에도 톱으로 올리지 않는다. ▲제목은 1행으로 위에서 열째 줄 아래에 둔다 ▲과거 뉴스와 연결한 추측이나 현지 생중계를 금하고 코멘트 난도 폐쇄한다 등이었다. 한국 뉴스라면 최순실 게이트(親信干政) 등 시시콜콜 보도하게 두면서….

만약 김정남이 집권,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시장경제 노선을 따라 했다면 오늘의 북한은 어떻게 변했을까. 중국이 G2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것처럼 북한도 놀랍게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일본 언론인 고미 요지가 김정남을 안타깝게 여겼던 건 바로 그 점이었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