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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중 건축재생공방 소장(왼쪽)과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 /김보섭 사진가 제공·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인천 신포동 후미진 골목 빨간벽돌 건물
음악공연·전시장 리모델링 뜻 맞아 '도전'
작가·뮤지션 드나들며 사람들 즐거웠으면
사연품은 곳 은은한 빛이 나는 마을되길


인천 구도심 골목길의 버려진 여관 건물을 '재미난' 문화공간으로 바꿔보겠다며 문화기획자와 건축가가 의기투합했다.

이규영(42) 루비레코드 대표와 건축가 이의중(38) 건축재생공방 소장이 야심차게 벌이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인천여관×루비살롱'.

지난 17일 오후 1시 두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인천 중구 신포로 31번길20 현장을 찾아갔다. 후미진 골목길 2층짜리 빨간 벽돌 건물은 이번 여름 문을 열겠다는 목표로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둘은 여관으로 쓰일 당시에는 손님들이 드나들었던 1층의 여관 복도를 살리느냐 마느냐를 두고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 대표는 "1층에 설치될 무대가 잘 보이려면 복도가 필요없겠다"며 "여관 객실 벽을 없애자"고 주장했고, 이 소장은 "이 복도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는데, 그렇게 즉흥적으로 설계를 바꾸면 되겠냐"며 맞섰다.

불만 가득한 표정의 이 대표를 보고 이 소장이 "벽이 건물 하중을 받는 내력벽이어서 없애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강하게 면박을 주자, 이 대표는 화들짝 놀라며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물러섰다.

공사가 차츰 진행되며 사소한 의견 충돌을 보이는 일이 잦아지긴 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해 시작된 '도전'이다.

구도심을 음악으로 채우고 싶다는 이 대표의 생각과 크고 번듯한 건축물이 아니라 작지만 저마다 개성을 가진 건물이 구도심에 많아졌으면 하는 이 소장의 바람이 통했다. 건축주와 시공자의 관계가 아닌 완벽한 '콜라보'(협업)'라고 둘은 설명했다.

두 사람은 과거 개항장이었던 신포동 곳곳을 돌아다니다 인적 드문 후미진 골목에 10년 가까이 버려진 이 건물을 발견했고 지금에 이르게 됐다. 1965년 여관 건물로 지어져 '인천여관'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을 했지만 큰 길가에 큰 여관들이 생겨나 경쟁에서 밀리며 재미를 보지 못하자 문 닫고 오래도록 방치했다고 한다.

둘은 이곳을 1층은 작은 공연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2층은 여관 객실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전시장과 사무공간, 녹음실 등으로 꾸밀 예정이다.

두 사람에게 바람을 물었다.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는 "이 주변 이웃에게는 정적이 익숙하겠지만, 불편을 주지 않고 조용조용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다"며 "작가와 뮤지션들이 이 여관을 드나들며 많은 이들을 즐겁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소장은 "구도심이 불빛이 번쩍이는 화려한 도시가 아니라, 이처럼 저마다 사연과 이야기를 품은 개성있는 공간들이 하나 둘 늘어 은은한 빛이 나는 마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