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경찰만 봐도 괜찮은 나라다. 두 외국인 여성과 북한 리정철 등 김정남 암살범을 데꺽 체포했고 나머지 4명은 북한으로 도망쳤다고 발표한 것만 해도 그렇고 북한 측의 반대에도 사인규명을 위해 시신부검을 강행한 점, 시신을 넘겨달라는데도 유가족에 우선권이 있다며 거절한 점 등이 그렇다. 북한의 억지와 고자세에 법과 원칙으로 맞선 것이다. Malaysia는 영어 Malay, 프랑스어 malais에 지역, 국가를 뜻하는 -ia가 붙었지만 산스크리트어로 '산, 산지'인 malaya에서 유래했다. 수도 콸라룸푸르(Kuala Lumpur)는 말레이어로 '코올람포'로 읽고 kuala는 하구와 강의 합류점, lumpur는 '진탕'이다. 말레이시아를 일본에선 '마레이시아', 중국에선 '마라이시야(馬來西亞)'라 부르고 콸라룸푸르는 별나게도 '지룽포(吉隆坡)'다. 그런데 말레이시아라면 눈이 큰 말레이 안경원숭이, 사향고양이과의 말레이 팜시벳(palm-civet), 말레이 코끼리와 대추야자 사탕야자부터 떠오른다.
한반도보다 약간 큰(33만㎢) 나라지만 언어부터 아주 복잡한 나라다. 공용어는 말레이어지만 영어 중국어와 인도 공용어의 하나인 타밀(Tamil)어도 공용어처럼 통용되고 동 말레이시아 여러 민족도 제각각의 언어를 사용한다. 말레이시아 역사 또한 복잡하고 험난했다. 16세기엔 포르투갈의 침공으로 멸망했고 17세기엔 네덜란드의 침략을 당했는가 하면 18~20세기 초까지는 영국이 지배, 여러 말라야 토후국(土侯國)으로 전락했다. 태평양전쟁(2차대전) 때인 1942~45년엔 일본군에 점령당해 중국인을 비롯해 많은 주민이 희생됐고…. 현 정체(政體)는 입헌군주국으로 국왕은 9명의 술탄(Sultan) 중에서 5년마다 선출된다. 술탄은 이슬람교 국가의 최고 정치적 칭호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19일 김정남 독살 배후가 북한임을 확인했다. 차후 주목거리는 중국이다. 아직도 중국 언론은 '김정남' 이름 언급 없이 '조선남자 말레이시아서 사망(在馬身亡)'이라고만 보도한다. 다음은 우리 대선 주자다. 국제적 골칫거리 문제아인 김정은을 끌어안기 위해 냉큼 달려가겠다는 거 아닌가.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지 않을까 그 또한 걱정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